일자리안정자금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리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급조한 예산입니다. 최저임금 부담을 못 견딜 사업장에서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고 일단 해고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민간의 임금을 예산으로 메워준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밀어붙였습니다. 자금 집행 첫 해인 지난해 2조9708억원, 올해는 2조8188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습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최대 13만원을 사업주에게 직접 지원합니다. 

문제는 현장의 반응입니다. 일자리 자금을 받으려면 근로자가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고용·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사업주도 그 보험료의 절반을 내줘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주 대상인 초단기 근로자들이 꺼릴 뿐 아니라 사업주도 실익이 없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예산은 3조원이나 받아놨으니 집행하기 위해 온갖 편법과 무리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자금을 접수하고 심사·집행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심사원 일부가 언론에 폭로한 실상은 충격적입니다. 

일자리 자금은 최저임금을 과속 인상하지 않았다면 굳이 책정하지 않아도 될 예산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를 고치려는 생각은 않고 오히려 소득양극화가 심화되자 근로장려금 지급 규모를 올해 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나 늘렸습니다. 정책 목표가 비슷한 EITC 규모를 이처럼 늘리면 일자리 자금은 축소하든지 지급을 중단해야 정상인데 그대로입니다. 정책 설계는 엉터리, 예산 집행은 복마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정부 여당은 꼭 필요하고 시급한 일은 미루면서 정작 급하지 않은 일은 서두르는 모양새입니다. 정부 여당은 최근 새만금 관련 장미빛 청사진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과 군산 인근 해역에 세계 최대 규모인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와 1GW급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경 10조원이 들어가는 초대규모 투자지만 사업성이나 타당성은 완전히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지금 그리 시급한 사안인지 의문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여권은 새만금을 환황해권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기 건설을 내놓고 추진중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의 새만금 개최에 맞춰 공항을 조기에 개항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아니고 청소년 야영대회를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국제공항을 짓겠다는 발상도 그렇지만 청사진도 나오지않은 국제공항을 5년만에 뚝딱 짓겠다니 그 추진력이 놀랍습니다.

지금 정부 여당이 시급히 해야할 일은 경제 살리기입니다. 내년 또 다시 10%나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감옥에 가더라도 준수하지 못하겠다는 중소 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일보다 급한 건 없습니다. 대기업들도 당장 다음달 계도기간이 종료되면 주 52시간의 근로시간 위반에 따른 형사 처벌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5일 열린 여야정 합의체회의의 합의문에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구는 들어갔지만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제외됐습니다. 내년이면 소사장들이 줄줄이 벌금이나 감옥행을 감수해야 할 판입니다. 이런데도 중기부는 한가하게 ‘중소기업 근로자 주거현황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홍보중입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타개를 위한 지방 정주여건 개선 정책을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해둬서 나쁠건 없지만 불요불급한 일의 전형입니다.

자동화 공정의 차질로 밀려드는 주문을 제때 소화하지 못했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최근까지 주야 맞교대로 주 100시간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고 지난 3분기엔 첫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당장 주 52시간제를 대폭 바꾸기가 어렵다면 우선 가능한 것이라도 반영해줘야 합니다.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문제도 정부 여당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국회 결정으로 미루기만 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야 테슬라 같은 혁신기업이 한국에서도 만들어지고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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