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협상 전략이 유엔총회장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까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모든 문제의 출발점으로 보고, 제재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6·25전쟁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 자체를 문제의 근원으로 삼는 적반하장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또,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미국이 동맹 차원에서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임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핵 위협 제거까지 요구함으로써, 논리적으로는 미국 핵무기 폐기 또는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 여지까지 열어두었습니다.

리용호 북 외무상은 지난 29일 유엔 연설에서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와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해 “우리의 문턱에 핵 전략자산을 끌어들인 나라”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유엔 연설에서 “가능한 빠른 시기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전력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흘 후 북 외무상은 비핵화에 앞서 핵우산 제거라는 ‘미국의 선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같은 날, 태형철 김일성대 총장도 뉴욕 학술세미나 연설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일방적 핵 포기가 아니다’면서 사실상 미국의 핵 위협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거해야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의 입장은 2016년 밝힌 ‘비핵화 5대 원칙’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국에 제공된 핵우산을 없애고,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반박하지도,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비핵화라는 그럴듯한 말이 대한민국 안보에 무슨 의미인지 점차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문 정부는 북한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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