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이 “미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을 중단했다”고 밝힌 엊그제 중국 군용기가 서해에서 한반도를 지나 동해까지 뚫고 나오는 등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집 드나들듯 했습니다.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군용기는 관례인 사전 통보는커녕 “신속히 나가라”는 우리 경고에도 다섯 시간 가까이 KADIZ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올 들어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퇴거 요구에 일절 답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보이지도, 한국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는 안하무인의 오만한 자세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의 주기적 KADIZ 침범 이유는 좁게는 한·미·일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3국의 대비 태세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넓게는 중국의 존재감 과시와 세력권 확장의 측면이 있습니다. 서해를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중국의 내해로 만든 뒤 이젠 한반도와 동해까지 자신의 안마당으로 삼겠다는 속내입니다. 특히 중국의 KADIZ 침범이 매번 이어도 인근 공역에서 시작된다는 건 향후 이어도 인근 해상 경계획정을 둘러싸고 한·중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해 우리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중국은 국력 신장에 따라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집권 2기를 시작하며 외교의 2대 구호 중 하나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내세웠습니다. 우리 정부의 보다 강경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제까지는 ‘경고→전투기 출격→주한 중국무관 초치’만의 조치를 취해 왔으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 중국의 KADIZ 무단 침범을 근절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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