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이 면밀한 계획과 여론 수렴도 없이 잇따라 뒤집혀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4일 논란이 일었던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조치를 10개월 만에 공식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학부모들이 유치원 방과후 영어가 금지되면 사교육이 더 늘 거라는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황급히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앞서 유 장관은 2일 취임식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내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혀 졸속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의 사실상 무산에 이어 혼란이 반복되는 양상입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의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에 대해 사교육 부담 가중과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 우려가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1ㆍ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에 맞춘 일관성 차원이었지만 학부모의 의견 수렴 없이 슬그머니 시행하려다 더 큰 반발을 불렀습니다. 기가 막힌 건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초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반발 여론에 밀려 결정을 유예하면서 정책숙려제를 실시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숙려 과정도 없이 정책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하니 황당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정책 결정 과정을 손바닥 뒤집듯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날 결정이 졸속인 것은 선행학습금지법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법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가 시작됐으나 유치원에서는 허용되는 것을 입학 직후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도입하기로 한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기기로 한 것도 안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이 불투명합니다. 내년 예산안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고 국회에 제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 상향 조정안도 통과가 쉽지 않습니다. 교육정책을 실험하듯 내놓았다 뒤집는 행태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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