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 51국 정상들이 참석한 브뤼셀 아셈(ASEM) 정상회의가 19일 의장 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도 CVID 방식으로 없애라고 요구했습니다. 'CVID'의 핵심은 '검증'입니다. 검증하지 않으면 핵을 실제 폐기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은 CVID를 극력 피하려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언제부터인지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검증'을 뺀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핵 못지않게 치명적인 생화학무기 폐기를 북에 요구하는 것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목소리를 아셈 정상회의가 대신 내줬습니다. 

아셈 의장 성명은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대북 제재 이행이 아니라 거꾸로 제재 완화 부탁을 하고 다녔습니다. '북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가 됐을 때'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무게중심은 "대북 지원과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이 북핵 군사 옵션을 언급할 때도 외교와 대화를 강조해온 국가들이지만 문 대통령의 제재 완화 요청은 잘라서 거절했습니다. 제재와 CVID 원칙만이 북핵을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이 프랑스·영국 정상에게 대북 제재 완화 얘기를 꺼낸 것은 지금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엉뚱한 부탁을 한 것입니다. 그것이 아셈 정상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입증됐습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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