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발효하기 위한 비준안에 서명했습니다.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는 4·27 판문점선언의 후속 조치로 이뤄진 것입니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가 여야간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후속적이고 부속적인 성격의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부터 비준한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당연히 야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먼저 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나 설득력이 약합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로 전형적인 야당 패싱입니다. 국회 비준 동의를 미리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는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른 조치라고는 하지만 정부 내에서 내놓은 해석입니다.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 비핵화를 촉진하겠다는 정부 생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연내 종선선언이 목표인 문 대통령도 마음이 조급할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방식에 대해 한국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판문점선언은 놔두고 후속 조치부터 서둘러 비준한 것은 야당의 반발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입니다. 국민들에게도 뭔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인상을 줍니다. 혹시라도 정부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면 더욱 잘못입니다. 

우리 헌법은 조약의 체결 및 비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면서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문점선언은 재정 지출이 필요한 조약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야당이 반대하면 반대하는 대로 비준 동의안의 처리 절차를 밟는 것이 정도입니다.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독일이 일관되게 통일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도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론은 분명합니다. 국회가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되, 여야가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소통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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