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 국무부가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담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마침 이날은 중간선거 결과 야당인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탈환에 성공함으로써 미 의회의 권력이 ‘상원-공화, 하원-민주’의 분점 구도로 바뀐 날입니다. 미 국무부가 “서로의 일정이 가능할 때 회담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맞물려 북핵 협상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번 뉴욕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협상을 복원시킬 절호의 기회란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컸습니다. 내년 초로 미뤄진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전이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 리스트를 미국에 제출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공격할 목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핵 리스트 제출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할 핵심 조치입니다. 오히려 북한은 최근 부쩍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번 뉴욕 회담을 연기하자고 한 것도 북한이라고 합니다. ‘회담이 무산되거나 동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는 외교부의 설명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합니다. 하원의 모든 위원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2020년 대선 탈환을 목표로 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과 이란 정책 등 모든 정책에 강하게 개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로 북핵 해결’ ‘제재 유지’ 등 대북 정책 골격엔 이견이 없지만 그동안 ‘두루뭉수리’식으로 진행된 협상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들이댈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란 핵협정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화된 협상과 함께 테이블 아래로 내려둔 북한 인권 문제도 의제에 올릴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북핵 협상이 진전이 없을 경우, 트럼프가 더 이상 대북 협상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수도, 또는 미국의 실질 위협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해결하고 한국의 안보는 뒤로 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로선 두 가지 다 용납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입니다.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어쩌면 진짜 시험대에 선 것은 우리 정부입니다. 미국에 “핵 리스트 제출은 뒤로 미루자”는 제안까지 해가며 남북관계에 속도를 높이는 사이 한·미 간 균열은 만천하가 알 정도가 돼버렸습니다. 미국의 정치 판도가 변한 만큼 남북 관계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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