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의 특별감찰반 활동과 관련된 의혹이 갈수록 커지며 심상찮은 사태로 번지고 있습니다. 특감반 파견 중 ‘비위’ 혐의로 검찰로 복귀 조치돼 수사를 받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은 자신이 특감반 활동 당시 작성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 등을 17일 조선일보를 통해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의 주 러시아 대사 임명 과정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우 대사 비리 의혹을 담은 감찰 보고서를 고의로 뭉갰다는 취지로 지난 14일 주장한 데 이어, 특감반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광범위한 민관 사찰도 증언했습니다.
김 수사관이 “상관에게 보고한 것들”이라고도 한 목록에는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개헌에 대한 각 부처 동향, 은행장 동향 등 불법 소지가 큰 사찰과 정보 수집까지 들어 있다고 합니다. 사실이면 정보·감찰 기관의 불법 정보 수집을 막겠다고 한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을 공허하게 하는 ‘내로남불’의 또 다른 전형입니다. 청와대는 “보고 과정에 불법적이거나 권한을 넘어선 것들은 폐기되거나 차단했습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례를 거울삼아 모든 걸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반박하지만, 석연찮은 정황도 뚜렷합니다. 박근혜 전 정부의 ‘문고리 3인방’ 감찰 보고서 파문 당시 야당 비상대책위원이던 문 대통령의 개탄을 새삼 떠올리게도 되는 이유입니다. 문 대통령은 “국기 문란은 남이 한 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에서 한 일이다.박 대통령은 문건 내용이 루머라고 단정했는데,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큰 문제”라고 했었습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 명예훼손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으나, 그런 식의 인신공격성 막말은 문 정부 품격만 더 떨어뜨릴 뿐입니다. 물론 “문 정권과 가까운 사람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김 수사관 주장이 일방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진실과 그 전말은 규명돼야 합니다. 우 대사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말을 바꾼 사실을 포함해, 청와대 특감 사태의 진상에 대해 국회의 즉각적인 국정조사가 필요합니다. 조 수석은 특감반 명칭을 공직감찰반으로 바꾸고, 검찰·경찰 출신 중심의 구성원을 감사원·국세청 등으로 다양화하는 ‘셀프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그런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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