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문건’이 공개됨으로써 문재인 정부에서도 특정 성향 인사들을 공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명단, 즉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청와대와 정부 기관, 수사 당국에서는 김태우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로 국한하려는 데 반해, 김 수사관은 청와대 감찰 라인의 지시와 보고는 물론 다른 감찰반원들의 참여까지 증언하고 있습니다.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진통이 필요하겠지만, 매일같이 불거지는 사실들은 문 정부판 블랙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자유한국당이 26일 제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동향’ 문건에는 산하 8곳 공공기관 간부 21명의 이름과 임기, 사표 제출 여부와 반발 여부도 기재돼 있습니다. 환경부는 작성 사실을 부인했으나 이날 밤늦게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감사담당관실에서 작성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야당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안종범 전 수석이 임명에 도움’ 등 동향까지 적어놓은 것을 보면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은, 환경부가 올해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 문건을 보고하면서 ‘사표를 잘 받아내고 있다. 선거 캠프에 있던 분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 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청와대의 관여 정도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지시자가 누구이며,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특정 성향 인사들의 무더기 사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밝혀내야 하는 것입니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장 지시로 경찰에서 파견 온 특감반원이 전국 330개 공공기관장과 감사 현황을 파일로 작성했고, 특감반원들이 이를 나눠서 성향 분석과 세평 조사 등을 벌였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단순한 명단 정리였을 뿐, 나머지는 김 수사관 개인 일탈로 치부합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27일 김 수사관의 해임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작성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이전 정부에서 기용됐거나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 인사들 중에는 많은 인사가 중도 퇴진하고, 그 자리에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잡았습니다. 검찰 공정성도 믿을 수 없는 만큼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상임위 차원의 긴급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특별검사도 회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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