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해 말 '언론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며 외교부 간부 10여 명의 휴대전화를 한꺼번에 수거해 조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청와대는 사전에 '동의서 받아 휴대전화 검색' '중요 사항은 사진 촬영' 등 지침을 공유하고 특감반원별로 감찰 대상을 배분한 뒤 같은 날 동시에 외교부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언론에 기사가 났다고 검찰이 압수 수색 하듯 정부 부처를 급습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의 휴대폰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공무원은 없습니다. 영장 없이 휴대폰을 압수 수색한 것으로, 합법을 위장한 탈법이고 불법입니다.

청와대의 압수 대상자 문건에는 외교부 차관보와 특보를 포함한 장관 보좌관 3명, 국장급 2명, 심의관급 1명, 과장급 3명의 이름이 담당 업무 등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외교부에서 전통적 주류로 분류되는 미국·일본 업무 담당입니다. 청와대가 '외교부 주류 불만 세력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는 소문이 정권 초부터 돌았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집중 감찰 대상이 됐습니다. 그냥 보안 조사가 아니라 이 기회에 외교부 대미·대일 라인을 숙청할 꼬투리를 잡거나 이들에게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작 조사에서 언론 유출 흔적이 나오지 않자 감찰반은 공직자들의 사생활 문제까지 캤다고 합니다. 이런 별건 감찰로 정직 처리됐던 외교부 간부가 "본래 감찰 의도와는 다른 일로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해 복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보안 조사나 제기된 비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공직자들 감찰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에 불리한 기사가 났다는 이유로 휴대전화를 마구잡이로 뒤지고 본질과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인권침해입니다. 민주화 투쟁 했다는 집권 세력이 벌이는 반민주적 행태가 거의 매일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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