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지금은 검토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풀 방법이 있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마당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대북 제재망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강 장관이 닷새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남북관계에 조급증이 심한 청와대를 의식해 개성공단 빗장을 슬쩍 건드려봤다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고 말을 거둬들인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북한에 연간 1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안겨주는 최고의 ‘캐시 카우’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서기 전에 열어줘선 안 되는 우리 대북 제재망의 핵심 보루입니다. 

강 장관의 말 바꾸기가 불안한 것은 사면초가 위기에 빠진 우리 외교의 현주소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한·미 관계는 주한미군 6000명 감축 가능성이 거리낌없이 거론될 만큼 금이 가 있는 기류입니다. 중국은 Y-9 정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넘나들 만큼 우리를 무시하고, 일본도 방위백서에서 한국을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 표현해 온 대목을 빼버리며 감정싸움 일변도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인해 온 남북관계도 내실은 보잘것없습니다. 북한 비핵화는 1년 사이 거의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교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는 강 장관과 외교부에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 장관의 대응을 보면 위기를 직시하는 절박감은 찾아보기 어렵고, 청와대의 대북 조급증에 장단만 맞춰 주는 아마추어리즘만 눈에 들어오니 안타깝습니다. 강 장관은 이제라도 외교부 수장의 천근 같은 책무를 자각하고, 청와대에 직언을 아끼지 않는 소신 있는 일 처리로 국민의 불안을 덜어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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