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1999년 김대중정부 때 시작됐다. 올해로 제도 도입 20년이 됐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6개월간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국가 재정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제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재정투자평가실이 맡고 있다. 그동안 실무 경험이 축적되고 이론도 정교해지면서 해외에서 KDI로 연수와 견학을 보낼 정도로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별로 1건 정도의 공공 인프라 사업은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예타 면제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17일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목한 데 이어 24일에는 대전을 방문해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 등에 대한 “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예비타당성 자체를 합목적적으로 고치려고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예타 원칙 허물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예타 면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예타 면제 사업은 이미 33건, 총 6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29일 예타 면제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 균형발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난 지방선거를 석권한 여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업적 쌓아주기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비 1조원, 운영비 6000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안긴 전남 영암의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사업도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예타 면제로 추진됐었다. 특히 이명박정부가 예타 면제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을 강력히 비난해 온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들이다. 전 정부에서 하면 예산 낭비요, 자신들이 하면 예타 면제해야 할 필수사업인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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