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 인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항서 감독도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트렸다"면서 "우리 50·60대 조기 퇴직했다고 해서 자꾸 산에만 가시는데 (베트남 등) 이런 데 가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 한국은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한다. 한국은 왜 아세안에, 뉴욕에, 런던에 안 가느냐. 식당들이 국내에서만 경쟁하려 하느냐"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가 급부상하는 신흥 시장이고 한국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취지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50·60대 중 이 시장에 가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아무런 경험과 언어 능력, 지식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최고위 정책 책임자가 함부로 할 말인가. 말이 너무 가볍고 사람들을 무시한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도 외국에서 사업을 벌였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어떤 자신감에서 퇴직자들에게 동남아로 가라고 쉽게 말하나. 50·60대가 오죽했으면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퇴직금까지 쏟아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차리겠나. 이들 중에 인터넷에 댓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청와대 고위 인사가 이렇게 한국 중년층을 비하하는 말을 하나. 김 보좌관은 인터넷에 정권 칭찬 댓글이 많으면 '좋은 의견 많이 표명해 달라'고 하지 않았겠나.

지난해 12월 실업자가 10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23% 가까이 치솟았다. 정부가 막대한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강의실 불 끄기 등 단기 알바를 대거 급조했는데도 이런 최악의 지표가 나왔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이 저임금 근로자의 대량 실직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찾기보다는 일자리를 잃은 개인 탓을 하고 기업 탓을 한다. 김 보좌관은 작년 11월 "(기업 등이) 위기론을 말하면서 '기·승·전·기업 기(氣) 살리기'를 요구하는데 개탄스럽다. 개혁의 싹을 미리 잘라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 기 살리기를 반(反)개혁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사람을 신임하니 아무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부터가 믿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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