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올해 들어 소득 분배가 급속히 악화됐음을 보여주었던 가계동향조사의 조사 방식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부터 가계소득을 별도로 조사하던 방식을 바꿔 내후년부터 소득·지출 조사를 통합해 실시하고 130억원을 들여 표본 설계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이전 과거의 통합 조사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입니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지표는 올해 들어 최악의 분배 격차를 보여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러자 통계 방식을 고치겠다는 것입니다. 전임 통계청장이 돌연 경질되고 새 청장이 부임한 지 3주일 만입니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지표 조사는 표본 가구를 선정해 가계부를 기입하도록 하는 방식이어서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낮다는 것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때 2018년부터는 국세청·한국은행 자료와 통합해 작성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연 1회 가계소득 지표를 공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가 폐지가 예정됐던 가계소득 조사를 되살렸습니다. 민주당은 작년 말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 파악'이란 이유로 소득 조사를 존속시키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통계청 예산을 28억원 배정했습니다. 소득 주도 정책을 홍보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직후 발표된 작년 4분기의 가계소득 조사에선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대했던 통계가 나오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가계소득 지표가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분배가 1분기엔 15년 만, 2분기엔 10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오히려 저소득층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대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는 노동연구원 등에 의뢰해 통계에 변형을 가한 뒤 "최저임금 인상은 90%가 긍정적"이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고분고분하지 않은' 통계청장을 경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통계 개편은 필요하지만 정권이 정치적 동기로 통계청장을 바꾸고 새 청장은 통계 방식을 바꾼다고 하면 그 통계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지난달 말 경제장관회의에서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한 통계청장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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