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8일의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제재 이행을 논의하자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유엔 대표부는 14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하면서 러시아가 대북 제재 규정을 위반했으며 그 문제를 다룬 안보리 보고서를 러시아가 조작하려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제재위 보고서 원본에는 북이 제재망을 피해 중동에 무기를 팔았고 중국·러시아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금수 품목인 유류를 대규모 수입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미국 언론이 15일 전했습니다. 북이 이런 수법으로 연간 유류 허용치의 3배에 가까운 140만 배럴을 올 상반기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그 차단을 위해 미국은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과 연합으로 대북 해상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정부와 의회, 언론, 전문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청와대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글로벌 기업 총수와 남북 경협 기업인 등 경제계 인사 17명이 포함된 정상회담 수행원 200여 명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2000년, 2007년 평양 정상회담 때와 달리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로 북한에 1달러도 투입되기 어려운 상황인데 대기업 총수들이 북한에 몰려가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비핵화 이후'라는 단서를 단다고 해도 섣부른 대북 투자 약속은 국제사회의 의심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북과 직접 거래하는 기업은 달러 거래망에서 '퇴출 1호'가 됩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코레일 사장이 방북단에 들어간 것은 이른바 서해 평화지대와 철도·도로 연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그러나 모든 경협은 북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기 전까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철도 연결을 위한 열차 시범 운행도 미국이 남측 경유의 북한 반입에 난색을 보이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정부는 남북 경협이 비핵화를 동시에 이끌어 가는 '경협 주도 비핵화'를 머릿속에 그리는지 모르지만,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협은 문도 열기 힘든 실정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미국 분위기는 정반대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내놓을 때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조하는 상황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북이 핵 시설을 폐쇄하고 핵무기를 없애는 실질 행동을 하기 전까지 대북 제재를 훼손하지 말라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안보리 긴급회의 요청 과정에서 '대북 제재 이행이 북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 회담'이 되어야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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