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제 “평화는 깨지기 쉽고, 그것을 지키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입니다. 1918년 11월11일 연합국이 독일의 항복문서를 받으면서 군인 사망자만 근 1000만명에 달한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곧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알수 있듯이 역사는 그 희망이 물거품에 그친 사실을 잘 알려줍니다. 작금의 국제정세도 다르지 않음을 마크롱은 엄중히 환기한 것입니다.

기념식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지만 먼 나라 얘기일 수는 없습니다. 국제정세 불안은 언제라도 한반도에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한반도의 불안이 세계 평화를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68년 전 불법 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한 북한이 오늘날엔 핵·미사일로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일 5박6일의 해외순방에 나섭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 등이 잡혀 있습니다. 청와대 기류로 보면 북핵 협상 교착을 타개할 중재 외교에 방점이 찍힌 행보입니다. 청와대는 앞서 그제 북한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냈습니다. 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22곳 병력·화기 등의 철수를 완료했다는 국방부 발표도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굳게 믿기에 북한을 감쌀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명심할 것이 평화는 믿음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역사적 교훈입니다. 나치 독일의 약속을 믿은 영국, 독·소 불가침조약을 믿은 구소련은 자국에 재앙을, 세계에 전쟁을 불렀습니다. 마크롱의 말대로 적이 약속하는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평화를 지키는 원동력은 결국 힘입니다. 상대 오판과 도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군사력과 동맹의 결속력 없이 상대를 믿는 것은 허망하고 위태롭습니다. 대한민국 안보 일선을 지킬 군사력을 무력화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남북관계 과속이 그래서 우려를 낳는 것임을 정부 여당은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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