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사흘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제기됐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꼼수증여, 세금 미납 등 후보자들의 흠결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의는 대부분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의 재탕에 불과했고 후보자들은 청문회 하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과하며 넘어가려 했다. 장관 후보자가 공직 수행에 적합한 자질과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지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한순간만 모면해 보자는 ‘사과청문회’로 변질된 듯하다. 

친북 성향의 발언과 막말로 표적이 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과거 문제 발언에 대해 대부분 말을 바꿨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 “북한에 천안함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물러섰고,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을 ‘통과의례’라고 한 데 대해선 북측 책임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발언 내용을 뒤집으니 발언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만약 장관 임명이 강행된 뒤 청문회에서 한 말을 또 뒤집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 국회의원은 청문회라는 자리를 망각한 듯 자신의 지역 민원을 부탁하는 추태를 보였다. 특히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지하철이나 철도 건설 등 민원사업을 챙겨 달라고 호소했다. 한 의원은 청문회 도중 장관 후보자가 지역구 사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는 기민함을 보였다.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여 낙마를 걱정해야 할 최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잘 챙겨 보겠다”는 덕담을 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니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장에 나온 국회의원들의 호통을 ‘쇼’라고 보지 않았겠나.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사전 검증 단계에서 다 점검했다고 했다. 청문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개의치 않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청와대가 청문회를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고 자격 미달 후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출범부터 기대를 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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