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한 문재인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을 ‘내로남불’보다 더 정확히 표현해줄 말은 찾지 못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이 속어처럼 남이 하면 투기지만 내가 하면 투자라고 믿는 듯하다.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7월 서울 흑석동 재개발구역의 복합건물을 25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급 아파트로 개발될 건물을 10억원이 넘는 대출을 동원해 샀다. 당시는 재작년 8·2 대책에도 잡히지 않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며 부동산 광풍이 불던 때였다. 정부는 두 달 뒤 내놓을 9·13 대책의 고강도 대출 규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거래가 투기냐 투자냐 하는 사전적 구분은 중요치 않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동분서주할 때 청와대 대변인이 전 재산을 부동산에 털어 넣었다. 그것도 집값 불안의 근원지로 꼽히던 투기과열지구의 재개발 건물을 택했고,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던 막대한 대출을 활용했다. 박근혜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비판하더니 몸소 실천한 꼴이 됐다. 그는 “노후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는데 “남이 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지만 내가 하면 노후 대책”이란 말처럼 들린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에 최정호 후보자를 내정한 것 역시 내로남불 말고는 설명할 말이 없다. 그는 잠실, 분당, 세종에 아파트(세종은 분양권)를 가진 3주택자였다. 모두 집값이 폭등한 지역이다. 시세차익을 다 더하면 23억원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장관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됐는지 내정될 무렵 분당 아파트를 증여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세력이 집값 불안의 원인이며 그 정체는 다주택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양도세를 올린 것도, 보유세를 인상한 것도 다주택자가 집을 팔게 하려는 조치였다. 최 후보자는 이를 무시하고 버틴 사람이다. 정부의 정책보다 부동산 불패란 말을 더 신뢰해야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려고 정책을 펴면서 ‘성공한 다주택자’를 주무장관에 앉히겠다는 청와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내 사람의 다주택은 투기가 아니다”란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 7명 중 다주택자 아닌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집이 네 채나 됐다. 재산을 신고한 청와대 비서관 이상 46명 중 13명, 장관급 18명 중 7명이 다주택자였다.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봐온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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