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동시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8개각에서 문 대통령이 장관후보자로 지명한 7명 중 2명이 중도에 하차하는 인사사고가 다시 한번 발생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지 이틀 뒤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장관후보자에 대해 지명을 철회하는 형식으로 결정을 번의(飜意)한 건 이 정부 들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여권의 상황인식이 과거와는 달리 엄중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청와대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안이한 인식을 동시에 노출했다. 어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 지명 철회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지명)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가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을 (청와대에) 밝히지 않아 (민정 라인의)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부실 검증 책임을 조 후보자에게 돌리는 발언이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았던 건 그 문제 뿐이 아니다. 그는 다주택 보유로 인한 투기 의혹, 아들의 인턴 채용 비리,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을 동시다발로 받고 있었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올려 아들이 포르셰와 벤츠를 몰도록 ‘황제 유학’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제대로 소명하지도 못했다. 모두 조국 민정수석실의 사전검증에서 걸러졌어야 할 사안들이다.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조 후보자가 부실학회에 참석하지만 않았더라면 지명철회는 없었을 것이냐고.
이번 인사사고는 누가 봐도 ‘시스템 참사’다. 만약 조현옥 인사수석-조국 민정수석 라인의 인사 추천과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어제 물러난 두 후보자는 애초에 청문회 자리에 나올 수도 없었다. 제2기 내각의 장관후보자 2명이 국민을 분노케 해 물러나는 마당에 이들을 추천한 사람이나 장관 자리에 가도 괜찮겠다고 ‘오케이 사인’을 준 사람은 멀쩡한 건 기본 상식에도 어긋난다.
청와대는 두 후보자의 중도하차로 논란을 종결짓고 싶겠지만, 청문회 정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권에선 조·최 후보자 외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태세다. 조·최 후보자 말고도 거의 모든 후보자가 다량의 결격사유 속에 지명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인사 추천 및 검증의 부실이다.
돌아보면 조현옥-조국 라인은 인사 때마다 빠짐없이 실패를 반복해 왔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안경환 법무·조대엽 고용노동부·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조현옥-조국 라인의 인사 추천 및 검증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소진된 국정의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인사야말로 모든 국정의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인사시스템의 난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귀를 막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고질병이 된 부실 추천·검증 문제를 어떻게 수술할 건지 청와대가 응답해야 한다.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는 조국-조현옥 수석의 거취를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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