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기업과 가계에 필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국민들은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통계 수치뿐 아니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낍니다. 수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성업하던 식당 문 앞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폐업 인사말이 붙는 일이 점점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취업 연령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까지 품귀 현상이라는 뉴스에 밤잠을 설칩니다. 인건비 부담과 매출 부진으로 영업이나 조업을 단축하는 가게와 기업이 늘면서 거리가 캄캄해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 없고 대기업도 “올 한 해를 어떻게 넘기나” 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대중국 수출 실적이 전조 같아 불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회견은 국민들과 기업의 이러한 불안을 잠재우고 희망을 줬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회견문의 키워드는 ‘경제’와 ‘성장’ ‘혁신’이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다.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회견문 요지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기조는 옳다. 그래서 그대로 간다. 하지만 효과가 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혁신성장에 힘을 더 쏟도록 한다’ 정도입니다.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도 ‘구조조정’ 없이 새로운 정책을 땜질하듯 추가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가계나 기업이 느끼는 경제 인식과는 큰 괴리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날 것이라고 믿는 듯합니다. 혁신성장을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알맹이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혁신성장 관련 발언은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 보급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에 1조5000억원 예산 투입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8대 선도사업에 3조6000억원 예산 투입이 전부입니다. 첨단기술과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이 혁신성장의 전부는 아닐것입니다. 규제 혁파나 기업 인센티브를 자극할 구조개혁, 혁신이 일어날 환경이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선의의 목적을 가진 정책만 백화점 식으로 도입하기만 한다고 정책 효과가 나는 게 아닙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인력 운영의 유연성은 급락시켜 혁신성장이 탄력을 받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정책 간 상충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고 좋은 단어의 레토릭 대신 구체적인 방법과 정책 전환 의지가 담겨야 국민의 희망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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