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결재한 국방부 장성 인사 명단이 장교들의 카카오톡 채팅방에 돌아다녔습니다. 청와대에 파견된 군 출신 행정관들이 명단을 돌려보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비대 소속 대위가 사진을 찍어 유출했습니다. 시중의 지라시나 농담거리가 올라오곤 하는 이른바 단톡방에 대통령 서명이 담긴 청와대 공식 문서가 버젓이 게시됐습니다. 군은 기밀 유지가 생명인 조직입니다. 청와대는 사소한 정보도 절대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국정의 중추기관입니다. 그런 군에서 그런 청와대로 파견됐다면 보안에 관해선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텐데, 이들은 사기업 직원도 함부로 하지 않을 짓을 보란 듯이 했습니다. 청와대와 군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지경임을 말해줍니다. 청와대는 이를 가볍게 여긴 것 같습니다. 인사 문서를 임의로 공유한 장교 3명을 원대복귀시키고 사진 유출자를 징계토록 국방부에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이런 사실은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될 만한 일로 판단했다면 청와대의 인식은 대단히 잘못됐습니다. 이 사건은 국정운영과 밀접하게 관련된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있는 이들은 그동안 무척 즐긴 듯합니다. 최근 몇 달을 제외하면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높은 지지율이 청와대를 더 높은 자리로 여겨지게 했을 테고, 실제 권력도 ‘청와대 정부’라 불릴 만큼 집중돼 있었습니다. 잇따라 터져 나온 민정수석실 김태우 수사관 사건이나 육군참모총장을 카페에서 만난 행정관 사건은 모두 그런 ‘힘’이 배경에서 작용한 일탈 행위였습니다. 대통령 결재 문서를 끼리끼리 공유하고 단톡방에 유출한 행태 역시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음을 과시하거나 이용하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완벽할 수 없고 어느 조직이나 결함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단발성이어야 합니다. 기강해이를 지적하게 되는 사건이 이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면 자정 기능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경제가 위기라는데 청와대는 아직도 파티 중인가?’ 국방부가 청와대의 통보를 받고 사진 유출자에게 내린 징계는 ‘보직 변경’이라고 합니다. 징계 축에도 들지 못하는 이 처분은 청와대와 정부가 삐거덕거리는 국정에 대해 아직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교체됐고 일부 수석이 바뀌었습니다. 새 진용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청와대 내부에 위기감을 퍼뜨리는 것입니다.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국정 동력을 유지하려면 청와대는 좀 더 절박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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