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률과 다가오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8년만에 최악이라는 실업률 통계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청년 실업의 암담한 현실을 빗댄 자조적 신조어를 보면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웃픈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 참담합니다. 취업난으로 학교라는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을 둥지족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나이 든 학생에게는 노땅 대학생을 줄여 노대딩, 졸업을 미루고 학교에 계속 머무는 경우엔 No Graduation N G 족이라는 별칭을 붙인다고 합니다. 졸업을 유예하다 보니 대학 5학년, 대학 6학년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취업에 실패해 한 해, 두 해 재도전하면서 대입처럼 취업 재수, 취업 삼수생이라는 용어도 통용됩니다. 


이런 가운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인 18일 '노동시간 단축 사업주 간담회'를 주관했습니다. 다음달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일에도 '노동시간 단축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한 달 보름여 만에 비슷한 자리를 마련한 셈입니다. 그만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과 현장의 혼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 장관은 "상당수 기업이 자체적으로 교대제 개편, 유연근무제 도입, 인력충원 등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지만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애로를 느끼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전문가 컨설팅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말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여전합니다. 특히 지방 버스업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버스 기사는 기본급에 비해 수당이 많아 근로시간이 줄면 수입이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운전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면서 노선 변경과 운행 단축 사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람을 더 뽑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버스업계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해외 출장과 부서회식, 휴게시간 등이 근로시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 것도 문제입니다. 고용부는 지난 11일 근로시간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북과 법원 판례를 뒤늦게 공개했지만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민감한 부분은 노사 합의로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근로시간을 위반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처럼 중대한 사안인데도 고용부가 아직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현장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편 사업장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시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한 취업정보사이트의 조사를 보면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 비용은 한 달 평균 27만원가량으로 2016년 22만원, 2017년 24만원에 비해 매년 늘고 있습니다. 구직자 다수는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부모에게 이를 지원받는다는데 청년층의 구직 기간 금전적 부담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부모에게 의존하기 힘든 취업 준비생은 졸업과 취업 사이에 이른바 징검다리 알바에 나서 준비기간을 버텨낸다니 알바 경쟁에도 내몰리는 실정입니다. 신한은행의 보통사람금융보고서에서 분석한 취준생들의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13개월로 나온 만큼 직장을 잡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청년들은 취업시험에다 알바 잡기까지 무한 경쟁에 먼저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5월 고용동향에서 나타난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로 역대 최악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3.2%에 달해 4명 가운데 1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자리 쇼크의 배경을 인구 구조 변화나 계절적 요인 등 상시 변수에 더 무게를 실으며 애써 희망적 상황 변화를 고대하는 태도입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일자리 쇼크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본 기조를 바꾸지는 않고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니 걱정스럽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청와대에 일자리 수석비서관과 전담팀을 새로 만들고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두는 등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나 되레 뒷걸음질만 치는 형국입니다. 얽힌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원점부터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김 장관은 어제 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을 충분히 들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들의 말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됩니다. 허술한 부분을 빨리 보완하고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이후에도 기업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김 장관이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과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현장 밀착 행정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