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책임을 미국에 지우면서 만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생각을 고쳐먹는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국제 정세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김정은의 말만 듣는다면 세계 초강대국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는 줄 알 것입니다.


김정은은 "국가와 인민의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북한 편에 서서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라는 것입니다. 미·북 협상 구도를 복원하기 위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렇게 미·북 사이에 서려 하지 말고 확실하게 북쪽 편을 들라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은 북핵의 최대 피해 당사자입니다. 혹시라도 미국이 적당한 선에서 북한과 타협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끝까지 관철해야 할 입장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게 해달라"고 미국에 설득하러 가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을 모두 없애는 빅딜을 해야 하고 그때까지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거부했습니다. 그러니 미 상원 의원들이 "한국의 역할은 미·북 간의 중재자가 아니라 미국의 동맹"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급기야 가해자인 북까지 피해자인 한국에 자신들 편을 들라는 황당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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