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와 조선업이 호전되고 있다며 경제 낙관론을 펼쳤습니다. 조선의 경우 수주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어 시장 점유율이 44%에 이르며 세계 1위를 탈환했고 자동차는 수출감소와 구조조정으로 생산이 감소하다 8월부터 10월까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주목할 만한 일’이자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지만 해당 현장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먼 얘기입니다. 문 대통령이 적시한 내용이 전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상승을 너무 핑크빛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업만 해도 지난 10월까지 우리 조선업체들이 수주한 실적은 224척입니다. 한창 호황이던 10년 전에 비하면 20%도 안되는 초라한 규모입니다. 조선 불황으로 해당 산업 구조조정을 준비하던 2015년의 292척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지난해 워낙 수주량이 적었던 탓에 수치상 크게 호전된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당장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워 연명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자동차도 다를 게 없습니다. 문 대통령 말처럼 8~10월 생산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6.4%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일시적인 착시현상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입니다. 이 수치가 의미를 가지려면 관련 산업 자체 회복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합니다. 지난해에는 추석 연휴가 유독 길었고, 파업 등으로 이 기간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어 올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중소부품업계는 뿌리가 흔들리고, 최대 제조업체인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4분의 1토막 나고 있는 게 냉엄한 눈 앞의 현실입니다.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현실과 떨어져 있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보좌하는 참모들의 잘못이 큽니다. 지엽적인 숫자만 잘라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일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된 경제 회생 처방이 나올리 없습니다.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하는 우를 초래할 뿐입니다.


좌파 단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떠받드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마치 김 위원장이 위대한 영도자라도 되는 양 추앙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평양 한복판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좌파 단체 회원 70여명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하기 위한 조직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하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자주통일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진정 어린 모습에 국민 모두 감동했다”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습니다. 조직 이름에 김일성 혈통을 뜻하는 백두를 넣은 것만 봐도 이 단체의 성격과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단체 회원들은 18일 광화문에서 연설대회를 열고 김 위원장 찬양 발언을 쏟아냈으며 ‘김정은’과 ‘문재인’을 연호했습니다. 북한 선전 매체 ‘구국전선’은 “벌써 김정은, 만세를 연호하며 환영의 꽃물결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며 체제 선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한 민간단체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통일 관련 교육을 하고 ‘김정은 환영단’ 가입 신청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 평화 협상을 위한 대화 당사자입니다. 2차 북·미, 4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만나야 할 핵심 파트너입니다. 김 위원장을 인정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그는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으로 세계를 위협했던 장본인입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제시한 카드는 변변치 않습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와 서방 국가들로부터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무력 도발과 무관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추앙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 정서와 배치됩니다. 그의 서울 답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국제 브랜드 컨설팅기관인 유럽브랜드연구소(EBI)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19위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애플, 구글 등이 5위까지 휩쓸며 미국 기업이 48개로 가장 많이 차지한 가운데 중국 기업이 12개나 포함돼 두드러진 브랜드 가치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일본도 4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브랜드 경쟁력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100대 브랜드 수가 지난해 9개에서 12개로 늘어났으며, 전체 브랜드 가치도 60% 이상 급증했습니다. 차이나모바일이 10위를 기록했고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각각 14위, 16위로 삼성전자를 제쳤습니다. 일본은 도요타(26위)와 NTT그룹(51위) 등이 포함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은 멀리 달아나고 있는데 한국만 뒤처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개별 기업의 혁신 노력 못지않게 정부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중국의 ‘제조 2025’와 ‘반도체 굴기’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핵심기술 및 부품의 2025년 자급을 목표로 IT, 로봇 등 차세대 10개 전략산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에도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도 법인세 인하, 규제개혁 등 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혁신성장과 4차 산업을 강조하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신산업 발전의 관건인 규제혁파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직된 노동시장이나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개선 의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혁신성장을 외쳐도 제대로 추진될 리가 없습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의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 환경마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중국 반독점당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한국과 미국 메모리 반도체 3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말 이들 3사의 중국 내 사무실을 기습 방문해 조사를 벌였던 중국 당국이 조사 사실 자체를 공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량의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는 중국 당국자의 발언 수위가 높은 데다, 중국 언론이 벌써부터 과징금 추정치를 보도하는 등 3사의 ‘위법’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이번 조사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주시해야 할 처지입니다. 통상마찰이 지금보다 더 격화되는 상황도 우려스럽지만, 중국의 반독점 조사가 미·중 간 물밑 협상 의제로 올라가는 경우도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 문제 해소와 관련해 반도체 수입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의도를 이미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사가 미국 반도체 기업은 쏙 빠지고 한국 기업들만 타격을 입는 미·중 간 ‘밀약’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이중성은 사드 보복 등에서 이미 경험한 대로입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과 미국 반도체 기업을 교묘히 분리하면서, 자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해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이전 등을 더욱 압박해올 것입니다. 지식재산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미국 기업과는 협력하고 한국 기업은 무시하는 전략으로 빠져나가려 할 공산이 큽니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초격차 전략’으로 미국은 물론 중국 경쟁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비상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올해 3분기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습니다. 국익을 지키기 위한 통상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이 난개발로 인한 환경·경관 훼손으로 몸살이고, 태양광 소송은 사흘에 한 건꼴이라고 합니다. 조급한 태양광·풍력 드라이브로 늘어난 투자가 외국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정작 국내 업계는 궤멸 위기로 몰아넣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정부가 에너지·환경분야 핵심공약으로 내건 에너지 믹스와 ‘재생에너지 3020’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실현해낼 정교한 정책설계 없이 의욕만 앞세운 주먹구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2030년까지 92조원을 투입한다는데, 정작 태양광 설비 모듈 국산화율은 2014년 82.9%에서 올해 66.6%로 떨어지고 저가 중국산 수입만 대폭 늘었습니다. 풍력도 덴마크·독일산 터빈 의존도가 높아져 국산화율이 30%로 주저앉았습니다. 국내 업계에선 폐업·감원 칼바람이 붑니다.

정부가 이처럼 허술하게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강력 추진’을 천명한 탈원전의 마땅한 대안이 없는 탓입니다. 하지만 세계 흐름은 반대로 갑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원전을 온실가스 없는 ‘청정에너지’로 규정해 상호 협력에 합의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롤모델’이라는 대만 차이잉원 정부조차 블랙아웃을 겪고서 원전 복원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사실도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 근본주의’가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든 탈원전 강행은 관련산업 생태계 와해는 물론 건설 중인 원전마저 억지 중단시킨 데 따른 거액의 혈세 소요 등 온갖 비용을 안기고 있습니다.의욕과잉과 오류를 인정하고 겸손과 경청의 자세로 ‘국가 백년대계’를 다시 성찰하길 기대해봅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가 많은 국민의 우려에도 지난달 23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처 이달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최근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음은 물론 삭간몰 스커드 기지와 신형 첨단 무기 실험에서 드러났듯이 오히려 핵 능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현재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을 동·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한강 하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배려'가 '대한민국 안보'보다 더 중요한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군사 분야 합의서 발표 후 심각한 안보 공백을 초래한다는 각종 우려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임기응변식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서해 평화수역 기준을 북방한계선이라고 했다가 우리가 35㎞를 더 양보한 사실이 드러나자, 실무자 실수라고 얼버무리다가 "추석 밥상머리에서 NLL 양보했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실언을 했습니다. 비판이 일자 북한의 해안선이 더 길고 해안포가 많아 북한이 더 많이 양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낡은 해안포가 아니라 황해도에 배치된 장사정포를 포함한 북한 4군단임을 지적하자, 적대 행위 중지 구역에 황해도도 포함된다고 서둘러 해명했습니다. 합의서에도 없는 내용을 북한이 정말 약속했고 지킬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정부는 또 훈련은 안 하기로 했지만 북한의 도발 감시를 위한 초계 작전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북방한계선과 한강 하구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초계 작전의 핵심인 항공 정찰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정부의 배짱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언론과 국민의 관용과 망각도 놀라울 뿐입니다.

이제 수도권 서쪽에 유사시 아군이 대처하기 힘든 심각한 공백이 생겼습니다. 북방한계선 일대 군사력 균형은 일방적으로 북한에 유리해지고 서북 5도서는 북한의 기습 강점 위협에 상시 시달리게 됐습니다. 북방한계선에서 북한의 도발을 감시하고 저지하지 못하면 수도권이 도발에 바로 노출됩니다.

더구나 한강과 임진강 하구까지 공동 이용 수역이 되니, 북한 특수부대가 언제든 한강을 이용해 일거에 서울 시내로 들어오거나 평택 수로를 이용해 평택 미군 기지가 있는 경기 남부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잠수함으로 기뢰를 부설해 인천항만을 봉쇄하고, 기습 도발로 인천공항을 폐쇄할 수도 있습니다.

북방한계선과 서북 도서는 우리 해병대와 해·공군 첨단 전력 덕분에 북한에 쐐기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아군보다 병력이 수십 배 많은 북한 4군단이 황해도에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이제 북한 4군단은 일부만 남겨놓고 많은 부대가 서울과 가장 가까운 서부 전선으로 이동할 행동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 간 모든 무력 충돌은 북한의 계획적 도발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북한이 정전 교전 규칙과 비무장지대·북방한계선을 준수했더라면 무력 충돌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도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북한은 한국군을 24시간 감시하거나 도발 대응 태세를 굳이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이를 철저히 갖추지 않으면 국민 생명은 물론 장병들 목숨도 지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의 속성이 변했다는 증거가 전무한데, 우리의 자위권적 방어 조치를 허문 군사 분야 합의서는 '국가적 자살'로 갈 수 있음을 청와대와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북한과의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 생명·재산을 지키는 대통령과 정부의 헌법적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16일 보도했습니다. 어떤 무기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인민군대의 전투력을 비상히 강화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의 무기 실험 지도 사실을 보도한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입니다. 미·북 협상을 의식해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 개발은 자제하고 있지만, 대남 공격용 전술무기는 증강하고 있음을 과시한 셈입니다. 

북한은 최근 평안북도 선천 훈련장에서 사거리와 위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 122㎜ 방사포탄 수 발을 발사했습니다. 평북 영변에 모형 계룡대도 설치했습니다. 포격·폭격 또는 침투 훈련용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통상적인 활동”이라는 입장을 보입니다. 방사포 등 장사정포는 북한의 핵심 비대칭 전력입니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게다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L-SAM 지대공미사일 발사 실험을 2번이나 연기하는 등 한국군의 ‘통상적 활동’은 대폭 줄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비행금지구역을 북방한계선(NLL)과 한강 하구까지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15일 밝혔습니다. 남북 군사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 협의한다는 것입니다.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한국이 우위에 있는 항공 전력의 무력화를 자초할 수 있습니다. 전방 부대의 군단·사단급 드론이 무용지물이 되며, 전방 지역의 근접공중지원 및 공중대기화력전 능력 등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젠 비행금지구역을 NLL과 한강 하구까지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서해 5도 방어와 수도권 방위에까지 큰 구멍이 뚫릴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의 대잠초계기 P-3와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무인 정찰기 헤론의 운영, 항공지원 훈련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됩니다.

북한은 한국이 우위인 전력은 남북 합의를 통해 없애게 하고, 자신들의 우위 전력은 증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 정부는 스스로 우위 전력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핵·생화학 등 대량파괴무기와 이것을 실어나를 단거리 미사일만으로도 위협적인데, 재래식 전력의 균형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강력한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협상도, 겉보기 평화도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정부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라도 반드시 명심하고 있어야 합니다. 



서울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이 ‘사실’로 확인되며 일단 마무리 되는 모습입니다. 경찰은 이 학교 교무부장이 재학생 쌍둥이 딸에게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시험문제와 정답을 빼돌려 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쌍둥이 자매가 이를 활용해 암기장에 작성한 정답 메모 등의 증거물도 제시됐습니다.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불신받는 우리 공교육의 위상이 더 흔들리게 됐습니다. 특히 고교 내신에 대한 신뢰는 아예 뿌리가 뽑힐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학부모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서울 강남 한 복판 명문 여고가 이럴 정도니 다른 지역은 오죽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실제 내신을 둘러싼 비리는 사흘이 멀다하고 불거지고 있습니다. 행태와 유형이 다양하고 수법도 교묘합니다. 학생이 시험지를 훔치는가 하면, 학교 행정실 관계자가 시험지를 빼돌려 학부모에게 건넨 적도 있었습니다. 교사가 학생부를 조작해주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심지어 한 기간제 교사는 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성적을 고쳐주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내신에 목을 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학입시 수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내신이 곧 대입 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만 해도 대입정원의 76.2%를 수시로 뽑았습니다. 이 중 학생부 중심의 전형 비중이 80%가 넘었습니다. 내신이 대학입시를 좌우하게 되니 관련 비리도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교무부장 아버지의 빗나간 부정도 어떻게든 내신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지금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수시로 대학에 합격해서 수능을 볼 필요가 없는 학생들 때문에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 공부하려고 복도로,독서실로 내몰린다는 현실을 관계자들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차제에 교육당국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내신에대한 신뢰회복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공정한 대학 입시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너진 공교육의 위상을 바로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제 “평화는 깨지기 쉽고, 그것을 지키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입니다. 1918년 11월11일 연합국이 독일의 항복문서를 받으면서 군인 사망자만 근 1000만명에 달한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곧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알수 있듯이 역사는 그 희망이 물거품에 그친 사실을 잘 알려줍니다. 작금의 국제정세도 다르지 않음을 마크롱은 엄중히 환기한 것입니다.

기념식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지만 먼 나라 얘기일 수는 없습니다. 국제정세 불안은 언제라도 한반도에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한반도의 불안이 세계 평화를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68년 전 불법 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한 북한이 오늘날엔 핵·미사일로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일 5박6일의 해외순방에 나섭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 등이 잡혀 있습니다. 청와대 기류로 보면 북핵 협상 교착을 타개할 중재 외교에 방점이 찍힌 행보입니다. 청와대는 앞서 그제 북한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냈습니다. 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22곳 병력·화기 등의 철수를 완료했다는 국방부 발표도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굳게 믿기에 북한을 감쌀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명심할 것이 평화는 믿음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역사적 교훈입니다. 나치 독일의 약속을 믿은 영국, 독·소 불가침조약을 믿은 구소련은 자국에 재앙을, 세계에 전쟁을 불렀습니다. 마크롱의 말대로 적이 약속하는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평화를 지키는 원동력은 결국 힘입니다. 상대 오판과 도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군사력과 동맹의 결속력 없이 상대를 믿는 것은 허망하고 위태롭습니다. 대한민국 안보 일선을 지킬 군사력을 무력화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남북관계 과속이 그래서 우려를 낳는 것임을 정부 여당은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일본 방송사들이 한국의 7인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방송 출연을 모두 취소시키고 있습니다. 그제와 어제 주말 내내 도쿄 도심에서는 “한국과 단교”를 외치는 극우단체들의 반한시위도 벌어졌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지난달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문화 보복이라는 치졸한 방식으로 터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것도 아닌 법원 판결에 이러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TV아사히가 BTS의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전날 밤 취소한 데 이어 후지TV도 12월 5일과 12일 방송 예정인 ‘FNS 가요제’에 BTS의 출연을 타진했다가 9일 철회 결정을 내렸습니다. NHK방송도 12월 31일 방송 예정이던 연말 음악 프로에 BTS의 첫 출연을 검토했지만 보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일본 방송사들은 멤버 지민이 지난해 3월 원자폭탄 폭발 후의 버섯구름 모양 등이 섞여 있는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던 걸 뒤늦게 문제 삼고 있지만 실제론 한국 대법원 판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도 나옵니다. 물론 일본의 이런 행태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미국 CNN 등 주요 외신들은 세계적 스타인 BTS의 공연 취소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일관계를 재조명하고 있어 전 세계의 젊은 한류 팬들에게 일본이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반응이 우려스러운 것은 한일 문화교류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만이 아닙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는 일본 사회의 얕음을 확인하는 것은 이웃국가로서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 보인 치졸한 행태를 연상케 하는 일들이 자칭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지도국가’ ‘모범국가’를 지향한다는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를 딛고 공동 번영을 향해 협력하려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이 과연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전망을 암울하게 합니다.

‘죽어라 한국’ 등의 자극적 현수막과 대형 욱일기를 든 시위대가 도쿄 도심을 2시간 넘게 행진하는 모습은 표현의 자유, 의견의 다양성 차원을 넘어 일본에 잔존해 있는 뿌리 깊은 제국주의적 속성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태들에 일본 정부와 지식인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국제사회가 지켜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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