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경기도 고양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사고는 황당한 사고입니다. 도로 지하에 매설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대형 온수배관이 터져 섭씨 120도 안팎의 뜨거운 물이 흘러나오는 바람에 인근 도로와 상가가 침수됐습니다. 이 사고로 이곳을 지나던 차량의 운전자 1명이 전신화상을 입고 숨지는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인근 일부 아파트에는 밤 사이 온수와 난방 공급이 끊겼습니다. 펄펄 끓는 물에 도로가 잠기는 초유의 사태에 주민들과 운전자들은 혼비백산했습니다.

경찰의 현장감식 결과 매설된 지 27년이 지난 노후 배관의 파열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습니다. 난방공사의 배관 관리가 부실했다는 방증입니다. 온수관은 뜨거운 물이 흐르기 때문에 노후화 속도가 상수도관보다 빠른데도 그동안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배관 검사가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교체 시기를 어긴 건 아닌지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고 지역 도로에서 지난해 2월 세 차례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미뤄 그 전부터 누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사가 당시 제대로 조치를 취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국민들의 안전불안지수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에는 경기도 파주 공용화기 사격장에서 60㎜ 박격포 고폭탄 두 발이 인근 부대 유류고 옆에 떨어지는 오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병사와 지휘관들이 안전수칙을 지키고 조금만 긴장감을 유지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입니다.

서울 서북권의 통신대란을 초래한 지난달 24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1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낸 지난 10월 고양 저유소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사고도 주요 시설물 안전관리를 얼마나 허술하게 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5일 오전 파주에서 배수관 관로공사 도중 흙더미가 무너져 2명이 숨지는 등 공사장 재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무시한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입니다.

최근 안전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는 걸 당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잦은 사고가 자칫 대형 재난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기강이 해이해진 게 사고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안전관리의 고삐를 바짝 죌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등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비위 사건으로 불거진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론을 일축하며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해외순방 중 SNS에 “믿어달라. 정의로운 나라, 국민의 염원을 꼭 이뤄 내겠다”는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다양한 해석을 낳았으나 야당이 요구하는 조 수석 교체 대신 신임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귀국 직후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 수석으로부터 관련보고를 받은 결과 문책할 사안을 아닌 것은 물론 자칫 야당의 청와대 흔들기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입니다.

문 대통령은 우선 특감반의 비위사실 확인과 함께 전원교체한 일련의 사후조치가 적절했다고 보고 임 실장과 조 수석에게 “향후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감반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특감반원의 ‘탈선’을 막지못한 잘못은 있지만, 전후 사정이 밝혀지면 조 수석의 역할과 위상을 뒤흔들 사안은 아니라는 것을 국민도 이해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우리는 큰 틀에서 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합니다. 조 수석은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마지막 한 사람’으로 꼽혀왔고, 본인도 “실컷 두들겨 맞으며 일하다 자유인이 되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조직 관리책임은 피할 수 없는 임 실장과 조 수석에게 질책이나 경고 한마디 하지않은 것은 크게 아쉽습니다. ‘촛불의 상징’ ‘개혁의 꽃’ 운운하는 민주당의 민망한 찬가에 기댄 것이라면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가 끝난 6월 중순 청와대 직원들의 자만과 비리를 경계하며 유능함과 도덕성, 겸손 등 세 덕목을 각별히 강조했습니다. 이를 비웃듯 문제된 특감반원의 ‘셀프 승진’과 부적절골프, 직권남용 등 일탈행위는 계속됐으나 민정수석실은 이상 징후를 눈치채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지적대로 “익숙함과 관성에 젖어, 또 긴장감이 풀어지고 상상력이 좁아져” 제 식구 감싸기나 비리 덮기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습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전력 때문입니다. 김 후보자는 1990년대 4년간 지방 근무를 하면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세 차례 주소지를 서울의 친인척 집으로 옮겼고, 아파트를 사고팔면서 두 차례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적게 냈습니다. 위장전입으로 매년 100명 넘는 사람이 징역 또는 벌금형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가 위장전입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요. 다운계약서 역시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지만 세금 탈루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 후보자를 포함해 현 정권에서 임명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5명이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그 건수를 합치면 무려 22차례나 되고 한 사람이 8차례나 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 국민은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불법을 최고 법관이라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저질렀습니다. 다운계약서 작성도 여럿입니다. 현 정권 임명 대법관·헌법재판관 15명 가운데 11명이 위장전입·다운계약서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다른 사람들의 불법은 집요하게 캐내면서 자신들에게는 너무 관대합니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7명은 법원 내 진보 서클 소속이거나 민변 출신이라고 합니다. 정권 코드 집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000명 넘는 법관들 가운데 대법관·헌법재판관이 될 만한 경륜과 법률 지식을 갖추고 그에 걸맞은 처신을 해온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법부 고위직 인선을 '코드' 일변도로 하다 보니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에는 눈감기로 한 것 아닌지 의문입니다.


법관은 남의 잘못을 심판하는 사람입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들이 법을 어기고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자기 잇속을 차린다면 법치는 유지되기 힘듭니다. 안 그래도 지금 사법부는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며 전직 대법관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만신창이 상태입니다. 국민들의 재판에 대한 불신도 높아져 있습니다. 재판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대법원장 차량에 화염병을 던지고, 법정에서 판사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판사들이 흠결이 없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라면 아무리 '내 편'이라고 해도 최소한 불법 기록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교육방송공사 EBS가 북한의 홍보 대행기관이 아닌지를 묻게 할 만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유시춘 EBS 이사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관지인 ‘통일시대’ 12월호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북한 테마기행’ 프로그램 제작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측 고위인사에게 기획안도 전달했다고 합니다. EBS의 장수 프로인 ‘세계 테마기행’의 북한판을 시리즈로 별도 제작·방송해 북한 관광 선전에 앞장서겠다는 것입니다. 

EBS 자회사인 EBS미디어도 김정은을 미화하는 아동용 교구를 만들어 팔다가, 지난 11월 29일 사장이 사퇴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EBS가 남북 교류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변했으나, 국민 세금과 마찬가지인 시청료를 지원받는 EBS는 그러라고 설립한 방송이 아닙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조는 ‘학교 교육 보완’ ‘국민의 평생 교육’ ‘민주적 교육 발전’ 등 3가지를 ‘교육 방송’ 목적으로 못 박고 있습니다. 

북핵 폐기는 아직 멀었고, 전 세계가 대북 제재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북한 관광 중에 억류됐다가 식물인간이 된 뒤에야 풀려나 사망한 것이 1년 전입니다. 북한군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총격 살해한 참극의 기억도 생생합니다. 유 이사장은 “북한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으나, 계획부터 접어야 합니다.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자문·고문 역할을 한 지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르면 유 이사장이 무자격자라는 지적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닙니다.



우리 원전 기술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원전건설 사업에서 배제되는 듯한 조짐입니다. “사우디가 미국 기술의 도움으로 원전을 건설하기를 원한다”는 그제 외신 보도가 그것입니다. 사우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12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1400MW급 원전 2기 건설사업이 미국 회사 측에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지난 7월 이 사업에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던 우리 입장에서는 맥 빠지는 소식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해외원전 분야에서 우리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한국형 원전을 받아들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조차 유지·보수 업무의 일부가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넘겨지기로 결정된 뒤끝입니다. 해외원전 무대에서 우리 텃밭으로 간주되던 UAE에서도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60년간 54조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을 낼 것이라는 기대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한국전력과 수력원자력 등 원전수출 관련사들이 당황해할 만합니다. 지난 8월에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도 탈락했습니다.

이처럼 해외원전 분야에서 난관에 부딪친 가장 큰 이유가 국내에서의 탈원전 정책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우리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 하나만을 내세워서는 계약을 따내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는 원전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강조하며 탈원전 정책을 밀고나가면서 외국에 나가서는 원전 기술을 자랑한다는 자체가 자가당착입니다.

정부가 원전 가동을 억제하면서 풍력·태양광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에너지 효율과 추진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급격한 탈원전 정책은 재고돼야 마땅합니다. 해외에서 자꾸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원전기술의 입지를 되살리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공유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기에 각국이 사활을 걸고 벌이는 승부처입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도 결국 이런 미래 기술 전쟁입니다. 신산업은 융·복합을 통해 폭발적 신시장과 수익을 창출합니다. 그걸 가능케 하는 전제가 창의적인 기업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환경입니다. 그런데 국내 신산업을 이끌 인재와 기업이 속속 한국을 떠나 외국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규제에 질리고, 투자 유치도 여의치 않은 탓입니다.

지난달 29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택배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의 ‘스누버’는 한국산 자율주행차입니다. 세계적 자율주행차 권위자인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제자들이 회사를 꾸려 만들었습니다. 한국 사정에 최적화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려고 서울 도심에서 3년간 6만㎞ 이상 무사고 주행기록을 쌓았으나, 투자에서부터 막혔습니다. 우버도 카풀도 좌절시킨 규제를 보고 해외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으로 옮겨 상용화의 길을 모색한 했습니다. 2025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420억 달러를 헤아립니다. 서 교수는 “규제·투자·인재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중국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인터넷은행은 물론, 가상화폐 등까지 진출하면서 세계에서 주목받는 핀테크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반면 국내의 카카오는 겹겹의 규제 허들을 넘느라 허덕이고 있습니다. 어디서 시작했느냐에 따라 핀테크 사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것입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베트남에서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의 오토바이·승용차 네트워크를 활용한 ‘총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동남아에서도 일상화한 서비스가 국내에선 불법입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카풀 업체에 투자했다가 규제 등에 막혀 지분을 처분한 뒤 미국·동남아행을 택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국외 자회사는 8737개로 1년 새 612개가 늘었습니다. 반기업 규제에 밀려 해외로 간 기업 중 돌아오겠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합니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선 인재도 함께 빠져나갑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두뇌유출지수’는 지난해 63개국 중 러시아(52위)보다 낮은 54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인재 유출은 곧 국가경쟁력 유출입니다. 기술과 인재, 기업이 빠져나가면 생태계의 싹부터 꺾이고, 추격의 발판마저 사라지고 맙니다.그런데도 현 정권은 과거와의 투쟁에 몰두하며 반시장·반기업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걸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 차례에 걸쳐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오늘 간담회는 외교 문제만 다루겠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에 외교 문제로 답하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 도중 국내에서는 청와대 특감반원들의 비위가 드러나면서 특감반 전원이 교체됐습니다. 전례 없는 사태입니다. 특감반원들이 평일에 골프를 쳤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지만 청와대는 가타부타 분명한 설명을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은 청와대 특감반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그 책임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모처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국민이 제일 알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게 언론의 의무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1998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했을 때 미국 언론은 한미 관계 대신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당시 미국 국민이 제일 관심을 갖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일일이 질문에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정도가 아니라 국내 현안 질문이 나올 때마다 "외교 문제만 물으라"면서 면박을 주듯 잘랐습니다. 언론과의 만남을 국민 궁금증 해소가 아니라 홍보 기회로만 여기는 듯합니다. 대부분 역대 대통령이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거북하고 불편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거부하고 역정을 내기까지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태도 때문인지 이날부터 민주당은 일제히 특감반 비위 사태의 지휘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구하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대표는 이 문제가 별일 아니라는 식이고, 의원들은 SNS에 조 수석 응원 메시지를 띄우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정권"이라고 비판했던 전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이 “미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을 중단했다”고 밝힌 엊그제 중국 군용기가 서해에서 한반도를 지나 동해까지 뚫고 나오는 등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집 드나들듯 했습니다.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군용기는 관례인 사전 통보는커녕 “신속히 나가라”는 우리 경고에도 다섯 시간 가까이 KADIZ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올 들어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퇴거 요구에 일절 답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보이지도, 한국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는 안하무인의 오만한 자세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의 주기적 KADIZ 침범 이유는 좁게는 한·미·일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3국의 대비 태세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넓게는 중국의 존재감 과시와 세력권 확장의 측면이 있습니다. 서해를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중국의 내해로 만든 뒤 이젠 한반도와 동해까지 자신의 안마당으로 삼겠다는 속내입니다. 특히 중국의 KADIZ 침범이 매번 이어도 인근 공역에서 시작된다는 건 향후 이어도 인근 해상 경계획정을 둘러싸고 한·중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해 우리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중국은 국력 신장에 따라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집권 2기를 시작하며 외교의 2대 구호 중 하나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내세웠습니다. 우리 정부의 보다 강경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제까지는 ‘경고→전투기 출격→주한 중국무관 초치’만의 조치를 취해 왔으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 중국의 KADIZ 무단 침범을 근절시켜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체코를 방문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을 갖고 체코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이 딸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체코는 가동 중인 원전 6기에서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는데 추가로 2~3기의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원전 세일즈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2009년 UAE 원전 수주 때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가 어리둥절합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작년 6월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탈핵 시대로 가겠다"면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기존 원전 설계수명 연장 포기, 연장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폐쇄를 선언했습니다. 우리는 위험하고 값도 비싸다는 이유로 원전을 포기했으면서 다른 나라에는 우리 원전이 좋은 것이니 사달라고 하는 것을 그 나라 국민에게 뭐라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에 대해 "60여 년이 소요되는 탈원전 기간 국내 원전의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자는 것은 탈원전 정책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면 국내에서 원자력 일감은 없어집니다. 안정적 일자리가 불투명해지자 대학 원자력공학과에는 신규 지원자가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원전 부품 업체들에선 자발적 이직과 인위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 년 지나면 다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되돌려 놓으려 해도 우리 독자적으로 원전을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탈원전이 비판받자 슬그머니 다른 말을 하는 것으로 탈원전의 본질을 바꿀 수 없습니다.

원전 산업은 장래 시장 규모가 연 수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454기가 가동되고 있는데, 56기가 건설 중이고 89기의 건설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나라만 향후 25년간 16기의 원전을 건설하려 하고 있는데 100조원짜리 프로젝트입니다. 탈원전 선언국은 한국 외에는 독일·스위스·벨기에·대만의 4개국인데, 그중 대만은 며칠 전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순방 중 체코를 방문해 ‘원전 수주’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 경쟁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모두 뛰어들 정도로 치열합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우리 원전기술의 강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국내에서 탈원전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모습이 체코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입니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의 수주전이 보여주듯이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당장 국내 원전 생태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은 적자 위기로, 두산중공업과 부품업체 등 민간 기업은 고사 상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인력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연구기반까지 붕괴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탈원전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어서 원전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의 자가당착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모범 사례’로 제시했던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 국민투표에서 제동이 걸리자 “대만 사례는 우리와 다르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탈원전의 경제적 악영향으로 따지면 원전을 수입하는 대만보다 원전을 수출하는 한국이 훨씬 큽니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서라도 탈원전을 재고해야 할 절박성은 우리나라가 훨씬 더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참다못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 한국원자력학회 등이 “(우리) 정부도 탈원전 기조에 대해 국민 의사를 물어달라”는 성명서를 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이 납득할 이유 제시도 없이 조사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탈원전 정책이 국민투표까지 고려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해갔습니다. 탈원전 피해가 얼마나 더 심각해져야 정부 여당은 국민 뜻을 묻겠다고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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