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하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특히 “시 주석은 북측이 주장하는 원칙적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북측의 합리적 관심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했다”고 전합니다. 향후 북-미 협상에 중국을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 같은 북한 매체의 발표는 중국 측 발표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북한으로선 중국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를 담은 것입니다. 사실 중국도 지난해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지위’를 내세우며 영향력 행사를 꾀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입김이 커질 경우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터무니없는 배짱을 부릴 수 있고, 한반도 문제가 자칫 미중 간 전략적 대결의 협상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올해도 자신이 주도하는 정상외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거드는 형국입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남북 경협은 우리에게 예비된 축복이며 우리 경제에 획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제제재로 당장 할 수는 없지만’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부터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지난해 초부터 6·12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진 외교 라운드의 재판일 것입니다. 중국의 지원과 한국의 동조를 얻은 상태에서 미국을 상대로 담판 외교에 나서겠다는 태도입니다. 중국과 한국이 자기편이라는 생각에 기고만장해질 경우 김정은의 외교는 비핵화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한바탕 쇼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의 북미 협상 실종사태가 보여주듯 그런 실패한 외교를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밝힌 올해 국정 방향은 ‘기존 정책의 견지와 강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 정책과 관련, “올해도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천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를 언급하면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정책 기조와 함께 “경제 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라면서도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강력한 의지도 함께 밝혔습니다.

경제 정책은 선택의 문제인 만큼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 기초하지 않으면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추구하더라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마차를 말 앞에 매다는 식의 잘못된 정책임이 드러났습니다. 1년 전 신년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고용은 줄었고 분배는 악화했습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18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았고, 실업자 수는 1997년 IMF 환란 이후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이 경제 정책임이 드러났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동네 가게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렵다는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까지 시행령으로 강제하면서 연초부터 소상공인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도 민심도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과는 크게 다릅니다. 

문 대통령도 경제 혁신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이루려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과감한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가 필수 조건인데, 정부 정책에서는 ‘노조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노조·반기업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홍보 잘못, 프레임 탓을 하고 있습니다. 레토릭(웅변술)과 이벤트 측면에선 경제 활성화를 내걸지만, 실제 정책은 거꾸로입니다.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듣고 우리나라 경제가 더 걱정이 되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올해 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기로 함에 따라 벌써부터 파장이 만만찮습니다. 고가가 아닌 경우에도 최대 3배 이상 오르는 도시지역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이 급증하게 됐습니다. ‘세금폭탄’에는 집 한 채뿐인 은퇴 고령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시적 조세저항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보유세 중과에 따른 저항 심리는 각오했다”고 할지 모릅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수차례 밝혔고, 복지예산 돈줄도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밀어붙인다고 볼 상황입니다. 하지만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은 단순히 세금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건강보험료 부과와 기초연금 대상을 결정하는 것도 공시가격에 연동됩니다.

공시가격은 정부의 유일한 공적 부동산 기준 자료입니다. 과세, 연금·복지, 부담금 산정 등 60여 개 개별 행정에 쓰입니다. 이런 행정 인프라를 흔들어놓고 뒤늦게 ‘기초연금 탈락자는 구제하겠다’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은 줄이겠다’며 납세자들 불만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허겁지겁 땜질하는 정책’은 이뿐 아닙니다. 급등한 최저임금이 대표적입니다. 이태째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막겠다며 동원한 예산이 매우 큽니다.영세·중소업체를 지원한다며 실효성이 의심되는 지원책도 남발했습니다.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자력 연구생태계 붕괴, 태양광 쏠림에 따른 환경 훼손, 수출 좌초 등 파장이 전방위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탈원전 영향이 어디에까지 미칠 것으로 내다봤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시장가격’ 반영률도 높여나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과속 인상하고 있습니다. 모두 헌법상 조세법률주의를 벗어난 편법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합니다. 헌법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취지와 달리 ‘법률 사항’을 시행령 등 하위 법규에 담는 것은 행정권 남용일 수 있습니다. ‘눈앞의 일’만 보며 땜질 정책을 남발하는 정부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를 지냈다는 문제로 9일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됐습니다. 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지명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간한 대선 백서에 조 후보자 이름이 '공명선거특보'로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중앙선관위원은 불법 선거 단속 등 중앙선관위 사무의 최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장관급 자리입니다.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한 때에는 해임,파면할 수 있도록 선관위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리이지만 대통령과 국회 몫 선관위원은 그동안 여야가 자기 진영과 가까운 사람을 임명해온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떤 후보의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을 다른 자리도 아닌 공직선거의 심판으로 앉히는건 너무합니다. 사람이 어떤 정치 성향이라거나 어느 정당과 가까운 단체에 있었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특정 후보의 선거 캠프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중앙선관위원이 된 경우는 전례가 없습니다.

민주당 대선 백서에서 조 후보자와 같은 페이지에 기재된 '홍보특보' '종교특보' '체육특보' '조직특보' 등은 이미 다른 공직에 임명됐습니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와 민주당은 이 사실이 문제 되자 "특보로 활동한 적이 없다"면서 백서 기재는 착오라고 합니다. 캠프 출신이면 누구나 이름 석 자를 넣으려고 안달인 대선 백서에 활동도 하지 않은 사람을 특보로 올려 놓았단 말을 믿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2차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아직 회담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조율 및 경협 강화 등이 핵심 의제였음은 분명합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무기 추가 제조·실험·사용·이전을 않겠다는 ‘4불(不)’ 원칙을 밝히는 식으로 핵보유국 선언을 했습니다. 시 주석이 이런 김 위원장을 초청해 생일 파티까지 열어준 것은 그 자체로 ‘핵무기의 현 수준 동결’을 용인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게다가 북·중 간의 교역 확대는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북한은 핵 폐기 없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중국은 북핵을 지렛대로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술책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책략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미·일 협력이 긴요합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한·미 양국은 지난 연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 후 후속 회담 날짜도 못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2배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도 꺼낼 태세입니다. 김 위원장이 실효성 없는 비핵화 이벤트라도 제안하면, 미국 국내 정치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덜컥 수용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동맹의 균열을 해소할 노력과 역량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폭발 직전까지 간 한·일 관계입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8일 신일철주금이 출자한 합작기업 PNR 주식에 대한 압류를 승인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이 이제 일본 기업 자산의 강제 압류라는 실력행사에까지 들어간 것입니다.한·일 레이더 갈등도 점입가경입니다. 일본은 미국까지 끌어들이려 합니다. 북핵 공격을 감지·차단하기 위해선 정보 협력이 절실합니다. 문 정부의 냉철한 안보 인식이 절박합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대로 떨어지며 전 분기보다 38.5%나 급감했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하강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만 시장의 예측치보다 훨씬 나빠 ‘어닝 쇼크’ 수준입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과 자동차 전장 사업이 적자를 이어가며 4분기 영업이익률이 0.5%에도 못 미쳤습니다. 문제는 주력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조짐을 보이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실적 저조가 미래 먹을거리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테크놀로지 경연장인 ‘CES 2019’는 차세대 산업 선점 경쟁에서도 경보음을 울려줍니다. 이번 CES에는 세계 155개국 4400여 개 업체가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특히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은 로욜과 대형 스크린의 미래형 전기차를 선보인 바이톤 등 중국 스타트업들의 진격이 두드러집니다. 한국 기업들도 삼성전자가 첫 로봇 플랫폼인 ‘삼성봇’을 공개하고 현대자동차가 커넥티드 카 전략을 발표하는 등 차세대 기술들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KOTRA가 지난해 세계 59개국 기업인과 연구원 932명에게 12개 신산업의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독일이 자율주행차 신소재 등 8개 분야에서, 미국이 드론 증강현실 등 3개 분야에서 1등이었으나 한국은 한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108, 일본은 117, 미국은 130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첨단제조 파트너십, 독일 인더스트리 4.0에 비해 목표와 체계가 뚜렷하지 않고 투자의 불확실성, 전문인력 부족, 갈라파고스적 규제 등이 여전히 큰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산학연 협업과 산업 간 융합에 노력하고, AI 데이터 등 부족한 전문 인재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정모 행정관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집무실도 아닌 외부 카페로 불러내 만났습니다. 더구나 그 자리엔 장성 진급 심사 대상자인 청와대의 다른 행정관도 동석했습니다. 회동의 성격 및 장소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일입니다. 

청와대는 “정 행정관이 군 인사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인사시스템과 절차에 대해 조언을 들으려고 만남을 요청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참모총장이 아니라 육군인사사령부 등에 문의하는 게 맞습니다. 계급과 지휘 체계를 중시하는 육군의 최고위직이 행정관의 면담 요청에 선뜻 응한 것도 선의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이 만난 2017년 9월은 육군 장성 인사를 앞둔 시기였습니다. 정 행정관이 김 참모총장과 만날 때 직접 작성한 ‘인사 자료’를 들고 갔던 점과 장성 진급 심사 대상자로 국가안보실에 파견근무 중이던 육군 대령을 대동한 일도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김 참모총장과 만난 직후 정 행정관이 인사 자료를 분실한 사건에 청와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도 납득이 안 되는 일입니다. 군 인사 자료는 적의 손에 넘어가면 자칫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 차 안에 놔뒀던 인사 자료가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설명만 듣고 정 행정관을 별도 징계 없이 의원면직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군의 정치적 중립과도 관련된 일이어서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청와대 행정관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이므로 참모총장을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이번 경우는 군 수뇌부가 청와대에 끌려다닌 듯한 인상을 줍니다. 장성 인사의 공정성은 물론 국방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정한 인사 청탁은 없었는지, 사라진 자료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등을 소상하게 밝혀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초 탈북을 위해 잠적했다는 조성길 주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행방이 두 달이 지나도록 오리무중인데, 문재인 정부는 남의 일인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엔 적어도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조 대사대리가 한국행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국내 일각의 종북 행태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탈북자에 대해서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고 정부가 입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데, 방치하는 정황이 뚜렷하다는 사실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조성길이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고, 이후 우리 정부와 연락을 취한 바 없다”고 했습니다. 잠적 후 60여 일이 지나도록 국정원은 물론 조성길 측에서도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정원이 잠적 의도나 망명 가능성을 묻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은 해외 대북 정보 수집 활동 자체를 포기했다는 얘기입니다.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잠적 후 제3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초 이탈리아로 돌아왔고, 현재 이탈리아 정보기관 보호 하에 있다고 합니다. 또 미국 망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탈리아 외교장관이 지난 4일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 것을 보면, 신병 처리 문제가 논의됐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조 대사대리 망명이 탈북자 인권 문제인 데다 고급 외교관으로서 정보 가치도 크기 때문에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망명이 이뤄지기까지는 수개월 간의 심사를 거쳐 처리될 가능성이 짙습니다. 지난 1997년 미국은 장승길 주이집트 북한 대사의 망명을 비공개로 처리한 바 있습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지난 5일 공개 편지에서 “한국 국민으로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책무와 헌법의 명령을 제대로 짚은 것입니다. 이제라도 문 정부는 한국행을 설득하고 관철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이탈리아 및 미국 측에 협조도 요청해야 합니다. 탈북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정부가 끝까지 보호한다는 의지를 보여야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고, 올바른 통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20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서울시의 결제서비스 제로페이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비스 도입 수개월 전부터 서울시청 벽면에 대형 광고판을 부착한 것을 비롯해 길거리 매장과 지하철 역사, 버스 정류소 등 온 서울을 제로페이 광고 전단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시작 보름이 지난 지금 가맹점 확보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데다 실제로 이용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습니다. 오죽하면 ‘수수료가 제로(0%)라서가 아니라 사용자가 제로(0명)라서 제로페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오히려 “노력을 지속하면 가능한데 일부 언론이 문제를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이 원치않는 관제 서비스를 무리하게 내놓느라 이미 세금 수십 억원을 낭비한 것도 모자라 앞으로 예산을 얼마나 더 쏟아붓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시는 광고 집행과 상인들에게 제공하는 QR키트 제작 등에 이미 30억 원의 추경예산을 집행했습니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 역시 이와 별도로 가맹점을 모집하는 영업사원인 ‘제로페이 서포터즈’ 고용에 29억 원을 썼습니다. 서울시와 중기부는 2019년에 각각 38억 원과 60억 원의 제로페이 홍보예산을 잡아놓았습니다. 

아무리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초기에만 들어가는 돈이라지만 현재 결과는 실망스런 수준을 넘어 처참한 지경입니다. 공무원과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테스트에 나섰던 시범 서비스 첫날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일 평균 결제 건수 93건에, 절감한 수수료는 총 116만원에 불과합니다. 제까지 주민의 세금을 단체장이 선심쓰듯 쓰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까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백지화하기로 했습니다.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4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공약은 유 위원의 기자회견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내걸고 국민과 소통하는 이미지를 강조한 매우 상징적인 1호 대선 공약이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와 북악산을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유 위원이 “(문 대통령도)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경호와 의전이라는 것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지만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 대통령은 공약 파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불통 이미지를 개선하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 1년7개월이나 시간을 끌 정도로 복잡다기한 일이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동안 공약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청와대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 운영의 비효율성, 청와대 경내 안팎에서 철통같이 이뤄지는 다중 경호체계의 약화, 의전 문제 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광화문 집무실은 애당초 청와대 집무실의 보완재도, 대체재도 될 수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장기 사업으로 미루지 말고 아예 접어야 합니다. 차제에 현실을 외면한 경제 정책,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남북 관계와 북핵 접근법,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실효성과 실용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공약과 정책을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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