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 아래 행정관도 육군 최고 지휘자까지 임의로 불러낼 만큼 위세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 정모 행정관이 2017년 9월 어느 토요일 오전 근무지가 충남 계룡대인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을 불러내 서울 용산의 국방부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지난 6일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담당 행정관이 군 인사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사 시스템과 절차에 대해 조언을 들으려고 요청해 만남이 이뤄졌다”며 “개별 인사자료가 논의된 자리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나, 의문투성이입니다.

그런 조언은 육군인사사령부나 인사참모부 실무진에 요청하는 게 상식입니다. 육참총장이 장성 진급 추천 대상자 명단을 그해 7월 국방부에 제출한 상황에서 정 행정관이 인사 자료를 휴대하고 만난 것은 장성 인사 논의 외에 달리 이유가 있기 어렵습니다. 청와대는 그 자료에 대해 “공식 문서가 아니고, 정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었다”고 강변했으나,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가 정 행정관을 두고 “군 사정에 밝지 않았다”고 한 것부터 앞뒤조차 맞지 않습니다. 그런 자료는 군 사정에 밝아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정 행정관이 육참총장과 회동 직후 문서를 분실한 경위, 중장 이하 장성 진급 발표가 예정보다 2개월 이상 미뤄졌던 배경 등도 석연찮습니다. 정 행정관이 대동했던 국가안보실 파견 육군대령 심모 행정관은 그해 12월 준장으로 진급했습니다. 

더욱이 청와대는 육참총장과 만난 직후 “담배를 피우려고 주차한 승용차에 인사자료가 든 가방을 두고 내렸다가 분실했다”는 정 행정관을 곧바로 대기발령했다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한 후 의원면직했습니다. 개인이 만든 무의미한 문서가 아닐 개연성이 확연합니다. 육참총장을 불러낸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합니다. 사실상 ‘은밀한 인사회의’였던 것으로 보이는 논의 자리의 전말, 분실 자료의 실체, 정확한 분실 경위 등에 대한 전모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올해 전국 자율형사립고의 절반이 넘는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습니다. 5년마다 이뤄지는 이번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와 10개 시도교육청이 평가지표를 대폭 바꾸거나 강화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려면 기준 점수가 과거보다 10점이 오른 70점을 넘어야 합니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를 80점까지 올렸습니다. ‘학교 구성원 만족도’같이 자사고에 유리한 지표들은 배점을 낮춘 반면 불리한 지표들은 배점을 높였습니다. 서울자사고연합회는 “이런 지표대로라면 기준 점수를 넘을 자사고가 거의 없다”며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이 정부 들어 교육부와 교육청이 손발을 맞춰 자사고 폐지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지난해 6월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대표적인 교육적폐”라며 자사고 폐지를 압박하고 있어서입니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고교를 서열화시켜 일반고에 열패감을 준다는 이유입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세워진 자사고를 일방적으로 폐지할 권한이 없는 교육당국은 일반고와 동시선발로 자사고 지원자의 고교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평가지표를 강화해 탈락시키겠다고 합니다. 더욱이 자사고 재지정 여부는 8월 고교입학전형 확정 직전에야 결정돼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막판까지 혼란을 겪게 됐습니다.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 선발을 밀어붙였다가 뒤늦게 헌법재판소에서 제동이 걸려 고입 전형에 차질을 빚었던 지난해 사태가 재연될 수 있습니다.

2002년 김대중 정부는 획일적인 고교 교육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했고 현재 자사고의 뿌리가 됐습니다. 전국에 일반고는 1550여 곳, 자사고는 42곳뿐입니다. 일반고의 2.7%뿐인 자사고가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반고에 비해 교과를 잘 가르치고 비교과 프로그램은 다양하기 때문에 자사고를 선호합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결과적으로 자사고 선호로 이어진 것이지, 자사고가 공교육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이 일반고 몰락의 책임을 자사고에 돌리는 것은 스스로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하향평준화를 강제하는 발상에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과 4조원 적자 국채 발행 문제와 관련한 문제점을 폭로한 것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공무상 비밀 누설죄는 유출된 기밀이 국가 운영을 방해하거나 국익을 해칠 때 성립합니다. 정부의 위법 행위를 폭로하는 경우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 판례입니다. 신 전 사무관 말대로 KT&G 인사 개입은 정부가 삼성이나 LG의 CEO를 교체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세수 호황에 적자 국채 발행 시도는 정치적 목적으로 국채 시장에 개입한 것입니다. 모두 상식적인 문제 제기입니다. 어디에 국가 운영을 방해하고 국익을 해치는 부분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신 전 사무관은 "나도 촛불을 들었는데 바뀐 정권도 결국 똑같았다" "저처럼 절망하는 공무원이 더 없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그와 같은 생각을 지닌 공직자들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신 전 사무관 고발은 또 다른 폭로에 재갈을 물리고 겁박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신 전 사무관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유출했다"며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을 가리려면 신 전 사무관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됩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은 쏙 빼놓고 기밀 유출만 문제라고 했습니다. '민간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도 명예훼손은 빼고 공무상 비밀 누설로만 고발했습니다. 말로는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하고, 행동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게 합니다. 

이 정권은 출범하면서 '공익 신고 강화'를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대선 때는 선대위에 공익제보지원위원회를 만들어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전 정권 시절 좌천된 공무원들이 속속 요직에 등용되기도 했습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요즘입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1일 KBS 방송에서 '김정은이 서울에 오면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 앞으로 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일부 우리가 이해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가야 될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사'라는 말도 썼습니다. 통일장관도 같은 질문에 '미래 지향적으로 보자'고 했습니다.

북의 천안함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사망하고 구조 과정에서 다시 10명이 사망했습니다.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 2명과 주민 2명이 사망했습니다. 국방장관이 '우리가 이해하자'고 한 것은 무슨 뜻일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에도 일리가 있다'고 했던 그런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북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자는 건지, 과거 진보 정권 때도 국방장관만은 안보 최후의 보루로서 중심을 지켜왔습니다. 국민은 그런 국방장관들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통일부장관도 아닌 국방장관조차 우리 국민과 장병이 떼죽음당한 북한 도발 문제를 놓고 '이해하자'고 합니다.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국빈급 대우를 받으며 한국을 휘젓고 다녔지만 어떤 사과 요구도 받지 않았습니다. 작년 4월 방북한 기자들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말하는 여유까지 부렸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주범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면죄부를 줬습니다. 지난달 통일부는 5년마다 만드는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관한 북의 책임 조치를 확보한다'는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북은 과거 대북 지원을 받으려고 천안함 공격을 인정·사과하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러던 북이 작년부터 다시 "천안함 사건은 모략극"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의 이런 태도 때문입니다.

김정은 답방은 분명히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은이 천안함·연평도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답방을 막아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북의 공격으로 국민이 생명을 잃은 참혹한 사태에 대해 사과 요구 자체를 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해' 운운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방장관입니다. 군까지 평화무드에 취해 본분을 잊으면 안보가 어찌될지 걱정입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기획재정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매우 가상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어서 칭찬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당 의원들은 나아가 KT&G뿐 아니라 KT, 포스코, 민간 은행들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조사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KT&G 등은 정부가 단 한 주의 주식도 직접 갖고 있지 않은 순수 민간 기업입니다. 외국인 주식이 더 많은 곳도 많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경제수석이 민간 기업 인사 개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전 정권이 하면 범죄가 되는 일을 이 정권이 하면 '가상한 일'이 됩니다. 더구나 작년 KT&G 관련 동향 문건이 공개됐을 때 기재부는 "실무자가 작성한 것"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습니다. 청와대는 기재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대대적 감찰 조사를 벌였습니다. 가상한 일인데 왜 훈장을 주지 않고 특감반까지 동원해 휴대폰을 빼앗고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는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앞뒤 안 맞는 일은 이뿐이 아닙니다. 임 실장은 우윤근 러시아 대사 1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보고받은 일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그제 국회에선 '인선이 완료된 후 (우 대사 관련 첩보가) 접수됐다. 기억이 잘 안 났다"고 말을 뒤집었습니다. 우 대사 역시 처음엔 '임 실장이 전화로 묻길래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가 '임 실장에게 내가 먼저 알려줬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습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있는 것같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 동향 파악 문건을 만든 것이 합법적 활동이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대상을 특정해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야 블랙리스트인데 이 문건은 업무 참고 자료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문건에는 임원들 임기·사퇴 반발 여부뿐 아니라 '야당에 내부 정보 제공' '전 정권 경제수석이 임명에 도움' 같은 개인 뒷조사 내용까지 담겨 있습니다. 

이 정권 사람들은 불리한 일이 생기면 "적폐 세력의 저항"이라고 하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말로 억지를 쓰며 진실을 호도하려 합니다. 자신들은 무슨 일을 해도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내로남불과 일방통행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지난해 말 '언론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며 외교부 간부 10여 명의 휴대전화를 한꺼번에 수거해 조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청와대는 사전에 '동의서 받아 휴대전화 검색' '중요 사항은 사진 촬영' 등 지침을 공유하고 특감반원별로 감찰 대상을 배분한 뒤 같은 날 동시에 외교부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언론에 기사가 났다고 검찰이 압수 수색 하듯 정부 부처를 급습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의 휴대폰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공무원은 없습니다. 영장 없이 휴대폰을 압수 수색한 것으로, 합법을 위장한 탈법이고 불법입니다.

청와대의 압수 대상자 문건에는 외교부 차관보와 특보를 포함한 장관 보좌관 3명, 국장급 2명, 심의관급 1명, 과장급 3명의 이름이 담당 업무 등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외교부에서 전통적 주류로 분류되는 미국·일본 업무 담당입니다. 청와대가 '외교부 주류 불만 세력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는 소문이 정권 초부터 돌았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집중 감찰 대상이 됐습니다. 그냥 보안 조사가 아니라 이 기회에 외교부 대미·대일 라인을 숙청할 꼬투리를 잡거나 이들에게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작 조사에서 언론 유출 흔적이 나오지 않자 감찰반은 공직자들의 사생활 문제까지 캤다고 합니다. 이런 별건 감찰로 정직 처리됐던 외교부 간부가 "본래 감찰 의도와는 다른 일로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해 복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보안 조사나 제기된 비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공직자들 감찰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에 불리한 기사가 났다는 이유로 휴대전화를 마구잡이로 뒤지고 본질과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인권침해입니다. 민주화 투쟁 했다는 집권 세력이 벌이는 반민주적 행태가 거의 매일 드러나고 있습니다. 



탈북민 약 1천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외부에 유출되는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경북하나센터의 PC 1대가 최근 악성코드에 감염돼, 해당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지역 거주 탈북민 997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유출됐습니다. 현재 경찰이 수사를 진행중으로, 해킹 주체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탈북민 정보가 대량으로 해킹에 뚫려 유출된 사고는 탈북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일입니다. 

하나센터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수료 이후 탈북민의 각종 지역 적응 지원 등을 위해 설치된 기관입니다. 어느 곳보다 사이버보안이 철저해야 할 탈북민 관련 자료를 다루는 기관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유감입니다. 해킹된 PC는 경북하나센터 직원이 외부에서 하나센터 기관 메일주소로 온 해킹 메일을 열람하면서 악성코드에 감염됐다고 합니다. 하나센터는 관련 법령에 따라 탈북민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에는 암호를 설정하고 개인정보는 인터넷과 분리된 PC에 저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는 이런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했습니다.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겁니다.

탈북민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면 국내 거주하는 탈북민들이 신변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에 사는 북한 정착민이 북한 보위부원들로부터 직접 협박과 회유를 받은 사례가 늘고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그런 식의 사안이 파악된 게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측면에서 대책을 강구할 것임을 밝혔지만, 이번 해킹 사고는 막지 못했습니다.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외교·안보와 관련된 정보는 집중적인 해킹 타깃이 돼 왔습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7월까지 통일부와 산하기관에 총 946건의 해킹 시도가 있었습니다. 올해 들어 여권 외교·안보정책 관련 인사들을 사칭한 이메일 발송 등도 잇따라 벌어졌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요 기관의 해킹을 막기 위한 시스템 운용에 허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합니다. 탈북민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도 철저히 살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1천명에 가까운 탈북민들이 불안 없이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당국은 필요한 조치를 다 해야 합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 등 화려한 이벤트들이 이어졌지만, 연말에 돌아본 대한민국 안보 상황은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북한은 비핵화는커녕 핵무기 양산에 들어갔고, 한·미 동맹 불안은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동맹을 강조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내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위협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미국 NBC 방송은 27일 북한의 핵탄두·미사일 대량 생산 개연성을 보도했는데, 많은 전문가의 분석은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 신년사와도 부합합니다. 이 방송은 북한이 핵무기 대량 제조에 매달린 결과, 2020년에는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중지는 연구·개발에서 대량 생산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라면서, 지금도 핵 물질 생산과 미사일 기지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김정은도 신년사에서 2017년을 ‘핵무력 완성의 해’로 규정하고, 2018년엔 ‘핵탄두 및 미사일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미·북 대화를 제안할 때엔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는 핵·미사일 시험 중지만 얘기했습니다. 급기야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엔 북한 비핵화 언급이 없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엔 미국 핵무기 철수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계속할 수 없고, 세계의 호구도 아니다”면서 “보상도 못 받으며 싸워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일단 분담금 인상 압박용으로 보이지만, 실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방수권법에는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할 수 없도록 명시됐는데, 현 주한미군이 2만 8500명임을 감안하면 6000여 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으로 감축이 가능합니다. 워싱턴에선 이미 이런 주장이 팽배해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보다 북한 지원에 연연하고 있습니다. 내년 안보 상황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환경부 문건’이 공개됨으로써 문재인 정부에서도 특정 성향 인사들을 공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명단, 즉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청와대와 정부 기관, 수사 당국에서는 김태우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로 국한하려는 데 반해, 김 수사관은 청와대 감찰 라인의 지시와 보고는 물론 다른 감찰반원들의 참여까지 증언하고 있습니다.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진통이 필요하겠지만, 매일같이 불거지는 사실들은 문 정부판 블랙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자유한국당이 26일 제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동향’ 문건에는 산하 8곳 공공기관 간부 21명의 이름과 임기, 사표 제출 여부와 반발 여부도 기재돼 있습니다. 환경부는 작성 사실을 부인했으나 이날 밤늦게 김 수사관의 요청으로 감사담당관실에서 작성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야당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안종범 전 수석이 임명에 도움’ 등 동향까지 적어놓은 것을 보면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은, 환경부가 올해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 문건을 보고하면서 ‘사표를 잘 받아내고 있다. 선거 캠프에 있던 분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 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청와대의 관여 정도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지시자가 누구이며,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특정 성향 인사들의 무더기 사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밝혀내야 하는 것입니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장 지시로 경찰에서 파견 온 특감반원이 전국 330개 공공기관장과 감사 현황을 파일로 작성했고, 특감반원들이 이를 나눠서 성향 분석과 세평 조사 등을 벌였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단순한 명단 정리였을 뿐, 나머지는 김 수사관 개인 일탈로 치부합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27일 김 수사관의 해임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작성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이전 정부에서 기용됐거나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 인사들 중에는 많은 인사가 중도 퇴진하고, 그 자리에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잡았습니다. 검찰 공정성도 믿을 수 없는 만큼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상임위 차원의 긴급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특별검사도 회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강원 삼척시의 한 태양광 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지난 22일 불이 나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정부가 ESS에 대한 가동 중단을 권고한 지 닷새 만에 또 불이 난 것입니다. 앞서 정부는 이 장치에서 화재가 잇따르자 지난달 28일 전국 1300개 사업장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 등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그간 ESS에서 발생한 화재는 17건에 달합니다. 이 중 태양광과 관련된 것이 9건, 풍력과 관련된 것이 3건입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입니다.

화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안전성 확보조차 하지 않고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설 설치를 독려한 결과입니다. 에너지 덩어리인 ESS는 화재에 취약한 위험시설인데도 보조금을 뿌리며 무리하게 보급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화재가 빈발하자 뒤늦게 ESS 설치 규격과 소재를 규정하는 등 안전성 강화에 나섰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화재 원인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이 나도 진압할 소화약제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하니 이런 엉터리가 없습니다. 정부는 탈원전의 명분 중 하나로 안전을 꼽았습니다. 그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태양광 졸속 추진의 부작용은 이뿐이 아닙니다. 품질이 낮고 인증도 받지 않은 저가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와 국내 태양광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비중은 2014년 17.1%에서 올해 9월 기준 33.4%로 늘어났습니다. 국내 관련 업체들은 무더기 폐업 위기에 놓였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수혜는 엉뚱하게 중국 업체들이 보고 있습니다. 풍력발전 역시 덴마크, 독일, 중국 등 외국 기업의 공세에 밀려 국내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의 풍력 설비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00%에서 올해 9월 기준 30%로 떨어졌습니다. 폐업과 감원으로 고용도 24% 감소했습니다. 무리한 탈원전이 원전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산업마저 초토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풍력·태양광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온갖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태양광·풍력은 드는 돈에 비해 효과가 너무 작습니다. 탈원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설혹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국내 여건을 살펴 차근차근 확대하는 게 옳습니다. 빨리 먹는 밥은 반드시 체하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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