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상황이 암울하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7%로 수정했습니다. 한꺼번에 0.3%포인트나 낮춘 것입니다. 보통 0.1% 안팎으로 미세 조정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대폭 하향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주요 경쟁국들이 글로벌 경기개선의 흐름을 탄 반면 한국만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성장률은 1분기 0.53%에서 2분기에는 0.70%로 좋아졌습니다. 특히 선진국인 G20 회원국들은 0.9%에서 1.0%로 더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만 1.0%에서 0.6%로 거꾸로 갔습니다. 미국ㆍ중국ㆍ일본보다도 낮고 회원국 평균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로 한국의 성장률 역주행이 심각했습니다. 

사실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국내 연구기관들이 먼저였습니다. 일찌감치 지난달 LG경제연구원이 내년 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했고 최근 현대경제연구원도 2.6%로 낮춰잡았습니다. 건설 투자 위축에 설비투자와 민간소비ㆍ수출 증가율도 둔화할 것이란 이유입니다. 문제는 내년 전망 자체가 2.8~2.9% 정도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GDP갭이 마이너스(디플레 갭)로 떨어진다는 얘기인데 이보다 극적인 경기침체의 징표는 없습니다. 

외환위기 등 글로벌 외생 변수가 없는데도 경제가 잠재 체력 수준의 달리기도 하지 못한다는 건 잘못된 경제 정책의 결과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원인이란 얘기입니다. 그 증거가 최저임금의 과속인상으로 인한 실업대란과 실업급여의 급증입니다. 올들어 8월말까지 월평균 실업자는 최근 20년래 가장 많은 113만명에 달합니다. 그 기간 실업급여 지급액도 4조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실업급여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엇비슷한 비율로 늘어나는게 보통인데 올해는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율(25.0%)이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이제 “경제 체질이 변하는 과정에서 오는 단기간의 고통일 뿐”이란 청와대의 설명은 곧이들리지 않습니다. “금방 좋아질 것”이란 낙관론은 더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바꿔야 내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북한의 핵협상 전략이 유엔총회장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까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모든 문제의 출발점으로 보고, 제재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6·25전쟁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 자체를 문제의 근원으로 삼는 적반하장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또,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미국이 동맹 차원에서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임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핵 위협 제거까지 요구함으로써, 논리적으로는 미국 핵무기 폐기 또는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 여지까지 열어두었습니다.

리용호 북 외무상은 지난 29일 유엔 연설에서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와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해 “우리의 문턱에 핵 전략자산을 끌어들인 나라”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유엔 연설에서 “가능한 빠른 시기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전력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흘 후 북 외무상은 비핵화에 앞서 핵우산 제거라는 ‘미국의 선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같은 날, 태형철 김일성대 총장도 뉴욕 학술세미나 연설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일방적 핵 포기가 아니다’면서 사실상 미국의 핵 위협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거해야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의 입장은 2016년 밝힌 ‘비핵화 5대 원칙’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국에 제공된 핵우산을 없애고,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반박하지도,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비핵화라는 그럴듯한 말이 대한민국 안보에 무슨 의미인지 점차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문 정부는 북한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할 때입니다.



좌파 성향인 친전교조 교육감들의 역사 교육 오도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주도로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등이 공동 제작해 관할 지역 중2·고1 학생들에게 지난 7월 배포한 보조 교재 ‘중학교 주제로 본 역사’와 ‘고등학교 주제로 본 한국사’가 그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유엔이 승인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는 물론, 교육부도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개정 시안에서 삭제했다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나마 되살렸던 ‘자유민주주의’도 서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중학교 교재는 ‘6·25 남침’조차 외면했고, 고교 교재에는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중대한 군사 도발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에 대해선 ‘거대한 촛불의 물결은 지금도 한국 정치를 바꾸어나가고 있다’고 서술해 현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평화통일이 중요한 과제여서 남북 대결 구도를 강조하는 내용은 싣지 않기로 했다”는 집필 책임자 변명은 역사 왜곡을 인정한 꼴입니다. 오죽하면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운동권 세력의 ‘정치 보고서’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2학기에 일부 교사는 그대로 가르친다고 합니다. 친전교조 교육감들의 역사 인식이 학생들의 국가관·역사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염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로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군사 합의’에 대해 유엔군사령관도 겸할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사실상 제동을 걸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지정과 서해 평화수역 설정 등 합의에 내포된 심각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타당하고 예상도 됐던 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방위는 물론 주한 미군·유엔군의 작전까지 책임질 지휘관이라면 응당 그런 문제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 25일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 소관”이라면서 “모든 것은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중재·판단·사찰·집행돼야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나아가 “(남북 간 평화협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정전협정을 무효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미 외교협회 연설에서 “재래식 무기로 인한 군사적 긴장 완화는 남북 간 문제”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핵 무력만 미·북 문제일 뿐, 이를 제외한 재래식 전력 문제는 남북 합의로 충분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유엔사와 주한미군 측은 DMZ 내의 모든 군사적 결정에 대한 관할권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전협정 제17항은 협정 집행 책임자를 유엔군사령관으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합의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 당국은 52차례에 걸쳐 유엔사 측과 협의했으나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이브럼스 지명자는 연합훈련 중단으로 준비 태세도 저하됐다고 우려했습니다. 안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총재 3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곧 열리는 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되면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합니다. 내년 8월까지 정권을 유지한다면 지금까지 최장이었던 자신의 종조부(할아버지의 형제) 사토 에이사쿠 총리의 재임 기간 2798일을 넘어 역대 최장 기간 집권하는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베 총리는 승리가 확정된 뒤 인사말에서 “자민당원과 당 소속 국회의원 여러분과 함께 헌법 개정에 매진해 나가겠다”며 ‘개헌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자민당의 개헌안은 교전권을 부인하는 현행 헌법 9조의 1항과 2항을 그대로 두면서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이 초점입니다. 군사적 기능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북한 도발을 빌미로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직접 간여하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미 군정에서 제정된 지금의 일본 헌법은 패전 후 일본의 부흥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고 해서 ‘평화헌법’이란 별칭이 붙어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런 평화헌법 체제를 깨고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전범국가인 일본의 재무장은 중국과 한국 등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불러오며 또 다른 긴장 고조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합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과거사를 부인하는 교과서 확대 등 우경화 작업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소녀상 철거 압박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북한과의 수교를 위해서도 일본은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헌법 개정을 서둘렀다간 한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동북아시아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남과 북은 어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합의서에는 전방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위가 중단되는 조치들이 담겼습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의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 항공기의 전술훈련이 금지됩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를 두고 “남북이 초보적인 수준의 운용적 군비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운용적 군비 통제’는 현재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군사력 운용 분야를 통제하는 것으로 전방에 집중 배치된 공격용 무기를 재배치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군축은 일반적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 ‘운용적 군비 통제’ ‘구조적 군비 통제’ 순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첫 단추인 ‘군사적 신뢰 구축’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욱이 비대칭 전력인 북의 핵무기가 멀쩡하고, 실질적 비핵화 프로세스는 모호한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간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무인기는 동부 15km와 서부 10km, 전투기 등 고정익은 동부 40km, 서부 20km 상공에서 비행을 금지하기로 한 합의는 공중 감시 태세에 구멍을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육군이 최전방에서 운용하는 정찰용 소형무인기(UAV)는 탐지거리가 10∼15km 정도에 불과합니다.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장사정포 관련 부대의 움직임을 살피는 데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가 우세한 전력만 줄여선 안 됩니다. 안보는 조그만 빈틈이라도 국가적 참화로 이어질 수 있고 시스템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입니다.




통계청이 올해 들어 소득 분배가 급속히 악화됐음을 보여주었던 가계동향조사의 조사 방식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부터 가계소득을 별도로 조사하던 방식을 바꿔 내후년부터 소득·지출 조사를 통합해 실시하고 130억원을 들여 표본 설계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이전 과거의 통합 조사 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입니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지표는 올해 들어 최악의 분배 격차를 보여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러자 통계 방식을 고치겠다는 것입니다. 전임 통계청장이 돌연 경질되고 새 청장이 부임한 지 3주일 만입니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지표 조사는 표본 가구를 선정해 가계부를 기입하도록 하는 방식이어서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낮다는 것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때 2018년부터는 국세청·한국은행 자료와 통합해 작성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연 1회 가계소득 지표를 공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가 폐지가 예정됐던 가계소득 조사를 되살렸습니다. 민주당은 작년 말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 파악'이란 이유로 소득 조사를 존속시키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통계청 예산을 28억원 배정했습니다. 소득 주도 정책을 홍보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직후 발표된 작년 4분기의 가계소득 조사에선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대했던 통계가 나오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가계소득 지표가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분배가 1분기엔 15년 만, 2분기엔 10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오히려 저소득층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대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는 노동연구원 등에 의뢰해 통계에 변형을 가한 뒤 "최저임금 인상은 90%가 긍정적"이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고분고분하지 않은' 통계청장을 경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통계 개편은 필요하지만 정권이 정치적 동기로 통계청장을 바꾸고 새 청장은 통계 방식을 바꾼다고 하면 그 통계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지난달 말 경제장관회의에서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한 통계청장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수익이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4대 제조사에 처음으로 추월당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 수익의 20%(20억달러)를 차지해 17%에 그친 삼성전자를 앞질렀습니다. 2년 전만 해도 30%에 육박했던 삼성전자의 이익 점유율이 거의 반 토막 나면서 중국 4사에 역전당한 것입니다. 이런 지각 변동에도 애플의 이익 점유율은 62%로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중국세가 삼성전자의 시장만을 빼앗아간 것입니다.


수익뿐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량도 삼성전자가 8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4사를 합치면 삼성전자의 2배에 달합니다. 삼성전자는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100만원 이상 초고가 시장에선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중저가 시장은 중국 업체들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나마 우위를 유지하는 50만~100만원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도 중국 추격이 거세고 급기야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내년 말엔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세계 1등이 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화웨이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렌즈 3개를 결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급속히 좁혀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진행 중인 중국의 역전극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이 힘을 잃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 수출은 1년 전보다 20% 줄었고, 반도체마저 중국 추격에 쫓기는 처지입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중국산 반도체가 시장에 등장하게 됩니다.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 차량, 드론,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중국에 뒤지고 있습니다. 5~10년 뒤 우리 경제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미국이 18일의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제재 이행을 논의하자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유엔 대표부는 14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하면서 러시아가 대북 제재 규정을 위반했으며 그 문제를 다룬 안보리 보고서를 러시아가 조작하려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제재위 보고서 원본에는 북이 제재망을 피해 중동에 무기를 팔았고 중국·러시아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금수 품목인 유류를 대규모 수입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미국 언론이 15일 전했습니다. 북이 이런 수법으로 연간 유류 허용치의 3배에 가까운 140만 배럴을 올 상반기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그 차단을 위해 미국은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과 연합으로 대북 해상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정부와 의회, 언론, 전문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청와대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글로벌 기업 총수와 남북 경협 기업인 등 경제계 인사 17명이 포함된 정상회담 수행원 200여 명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2000년, 2007년 평양 정상회담 때와 달리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로 북한에 1달러도 투입되기 어려운 상황인데 대기업 총수들이 북한에 몰려가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비핵화 이후'라는 단서를 단다고 해도 섣부른 대북 투자 약속은 국제사회의 의심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북과 직접 거래하는 기업은 달러 거래망에서 '퇴출 1호'가 됩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코레일 사장이 방북단에 들어간 것은 이른바 서해 평화지대와 철도·도로 연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그러나 모든 경협은 북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기 전까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철도 연결을 위한 열차 시범 운행도 미국이 남측 경유의 북한 반입에 난색을 보이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정부는 남북 경협이 비핵화를 동시에 이끌어 가는 '경협 주도 비핵화'를 머릿속에 그리는지 모르지만,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협은 문도 열기 힘든 실정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미국 분위기는 정반대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내놓을 때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조하는 상황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북이 핵 시설을 폐쇄하고 핵무기를 없애는 실질 행동을 하기 전까지 대북 제재를 훼손하지 말라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안보리 긴급회의 요청 과정에서 '대북 제재 이행이 북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이 '비핵화 회담'이 되어야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21세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중국 내부의 인권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간판 여배우 판빙빙 실종 사건과 종교 탄압이 그렇습니다. 판빙빙은 지난 6월 마지막 공식 행사 이후 3개월째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판빙빙은 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이었습니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중국 배우임에도 지금 어디 있는지 알길이 없어 중국인들은 매일 소셜미디어에서 찾고 있다고 합니다.판빙빙은 6월 영화 출연료 관련 이중계약서와 탈세 의혹이 제기된 뒤 사라졌습니다. 가족들조차 그녀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듯 합니다. 당국에 의해 구금이나 조사를 받고 있다면 외부에도 알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에선 판빙빙 행적에 대한 궁금증뿐 아니라 ‘왜 이렇게 사람들이 별안간 사라지는 일들이 반복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판빙빙 같은 유명인도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데'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진핑 시대에 실종된 사람이 판빙빙만은 아닙니다. 후진타오 시대에는 주로 인권운동가들이 구금되면서 실종됐지만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에는 실종 현상이 각계각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해 7월 사망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는 인권운동가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사망 이후 올해 7월 독일 출국이 허용될 때까지 1년간 사실상 실종 상태였습니다. 중국 재벌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도 지난해 1월 홍콩에 갔다가 실종된 뒤 아직 생사가 불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종교 탄압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허난성 교회 4000여곳의 십자가를 강제로 제거하고, 교회 집기를 압수했습니다. 항의하는 교인들은 공안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중국은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가정교회(지하교회)뿐 아니라 공인을 받은 ‘삼자교회’에서도 십자가를 철거했습니다.


지난 9일에는 베이징 최대 지하교회인 시온교회도 집기를 몰수당하고 본당이 폐쇄됐습니다. 교인 수 1500명을 웃도는 큰 교회임에도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 폐쇄는 쓰촨성 등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십자가와 성경이 불태워졌습니다. 중국은 교회 안에 국기, 시진핑 국가주석 초상화, 사회주의 선전물을 걸라고 지시하고, 거부하면 교회를 폐쇄하고 있습니다. 일부 교인에게는 임대아파트 퇴거와 직장 퇴사까지 강요한다고 합니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이후 처음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종교 탄압은 집요하고 가혹하게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중국 기독교인은 종교활동을 담은 영상이나 자료를 공유할 수 없고, 외국인도 중국 본토의 중국인을 상대로 인터넷을 통한 종교활동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일원이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정도로 최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인권 문제는 외면합니다. 21세기 G2에 오른 국가에서 실종과 종교 탄압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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