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 먼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침에 미세 먼지 앱부터 켜보는 시민들은 어제 시뻘건 경고색 바탕에 '매우 나쁨' '절대 외출 삼가세요'라는 메시지가 뜬 걸 보고 분노부터 느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미세 먼지를 재난(災難)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흘 후 환경부는 서해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계획에 없던 실험을 부랴부랴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전국이 미세 먼지에 덮인 4일 10개 시·도 부단체장들과 긴급 영상회의를 가졌습니다. 

환경부는 올 미세 먼지 예산으로 작년보다 27% 증가한 8832억원을 책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내역을 뜯어보면 전기차·수소차 보급과 충전소 보조금이 5383억원입니다. 미세 먼지 대책이라기보다 산업 지원에 쓰는 돈입니다. 나머지 3449억원은 환경부 예산의 4.5%에 불과합니다. 

반면 환경부는 10개 팀 70명으로 구성되는 4대강 조사평가단과 민간 전문가 43명이 참여하는 4대강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그 위원회는 40여 차례 회의 끝에 지난달 22일 4500억원을 들여 지은 금강·영산강의 3개 보를 896억원을 들여 해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위원회는 영산강 죽산보의 경우 보 개방 이후 수질이 극도로 나빠졌는데도 보 해체 시 1000억원 넘는 수질 개선 편익이 생긴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앞 정권 사업은 사실까지 왜곡해 '적폐' 딱지를 붙인 후 허물어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몰아내려 한 사실이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관의 폭로로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권력 눈치를 보며 권력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는 데만 몰두하는 부처가 미세 먼지를 없애 국민 고통을 해소해 주리라 기대한다는 것이 애초 무리일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지난해 최악의 운용 실적을 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 -0.92% 수익률을 기록해 국민 노후자금 5조9000억원(잠정치)을 까먹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세계 증권시장 약세가 원인”이라고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0.18%)보다 운용 실적이 저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가 투자수익률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자산배분은 외면한 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통한 기업 경영간섭에 열중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복지부는 자산분배·운용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쪽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중기자산 배분을 맡는 투자전략팀 인원은 6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기금운용본부장은 15개월이나 공석이었고, 핵심 운용 인력 이탈이 이어졌지만 복지부는 제대로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해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을 담당하는 팀을 수탁자책임실로 승격시키고, 인력도 9명에서 30여 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운용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국민연금의 최대 지상과제는 ‘기금 수익률 제고’입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목표 수익률보다 1.0%포인트 낮아지면 기금 고갈 시점은 8년이나 앞당겨집니다. 정부가 국민 노후자금 고갈을 걱정한다면 증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은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을 그만두고 국민연금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더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가 4대강 16개 보 가운데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을 곧 발표한다고 합니다. 철거나 수문 상시 개방으로 결론 나면 그 보는 가뭄 대비 수량 확보와 같은 유용한 기능이 없어집니다. 철거되면 지하수 고갈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그래서 '설마 철거까지 하겠나'라는 예상이 있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일까봐 걱정됩니다.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 공주시장이 놀라서 "공주보가 철거되면 재앙"이라고 나서고 있습니다.

보 하나에 평균 2500억원이 들었습니다. 보 설치 이후 홍수·가뭄 피해가 줄고, 강물이 넘쳐 흐르면서 강다운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강 주변 지하수가 풍성해졌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수질이 악화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보를 허물면 그 순기능은 모두 사라집니다. 보를 허무는 데만 1000억원 넘게 들고 철거 이후 강 주변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대책, 농어민 피해 보상, 사후 관리비 등까지 합하면 예상할 수 없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런데도 보 철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을 보면 정책 판단이라기보다는 과거 정권 사업에 대한 보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무슨 적폐 청산하듯 대해 왔습니다. 이미 세 번이나 했던 감사원 감사를 네 번째 또 하도록 감사원에 지시했고, 환경부에는 "재자연화 작업에 속도를 내라"며 재촉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하수 고갈 등 농민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그래도 환경부는 작년 6월부터 16개 보 중 13개 보를 개방하는 무리수를 뒀습니다. 이제는 농민 반대, 주민 반대에도 보 철거까지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탈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20일 발표한 세 번째 여론조사에서도 작년 8월·11월과 마찬가지로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 이용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꿈쩍도 안 합니다. 대통령이 전문 지식도 없는 주변 몇몇 사람과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바꾸는 중대한 결정을 경솔하게 하더니 온갖 부작용과 역풍에 오기로 맞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한국에선 위험해서 탈원전 한다고 하고 외국에 나가선 한국 원전이 세계에서 제일 안전하니 사라고 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탈원전과 4대강 보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무시할지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타당성이 없는 지역 사업을 위해 타당성 조사 없이 세금 24조원을 퍼부은 문재인 대통령은 "균형 발전을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타당성 심사에서 '국가 균형 발전'에 가점이 주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금은 평가 항목 가운데 경제성 비중(35~50%)이 가장 크고 균형 발전은 20~30% 반영됩니다. 그런데 두 항목의 반영률이 뒤바뀌거나 대등하게 되면 국민 세금으로 헛돈 쓰는 일을 막는 최후 장치인 예타 제도는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해도 타당성이 없는 걸로 나오면 이번처럼 타당성 조사를 아예 무시할 것입니다. 애초에 '타당성'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까다로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들 중에도 당초 기대와 달리 실패한 사례가 한둘 아닙니다. 한국도로공사는 2000년대 계획돼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전국 13개 고속도로 구간을 건설하는 데 17조원이 넘는 비용을 쏟았습니다. 당시 13개 중 12개가 "경제성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무안~광주 고속도로는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이 기준치인 1을 훨씬 넘는 2.32에 달할 만큼 탁월한 점수를 받아 이익을 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개통해 보니 교통량이 예측치의 67%에 그쳤습니다. 교통량이 예측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고속도로 구간도 5곳이나 됐고 주문진~속초 구간은 30%도 안 됐습니다. 의정부경전철도 의정부시가 외부 용역을 통해 사업성 평가를 했지만 24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내고 2017년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인천공항 KTX 사업은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값이 0.93으로 기준치에 약간 미달했지만 종합평가지표에서 기준(0.5)을 겨우 넘겨 국토부와 지자체가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나 전체 좌석 중 20%에만 승객을 태우고 달렸습니다. 거의 빈 열차로 다니다가 사업비 3000억원을 날리고 개통 4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은 사업은 2015년 13건, 1조4000억원에서 작년 26건, 12조원으로 급증 추세입니다. 그러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무려 24조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타당성 조사 면제를 해줬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엔 국민 세금을 살포하는 대형 토건 사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한창일 것입니다. 설사 완공이 된다고 해도 적자투성이가 될 사업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옛 통진당 출신 인물들이 주축이 된 '이석기 구명위원회'가 이달 중 이씨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5년 대법원에서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된 이씨 판결이 전 정권과 대법원 간 '재판 거래'에 따른 것이어서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직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만든 문건에 이씨 사건이 사법부의 국정 협력 사례로 거론된 것을 '거래' 증거라고 한다.

이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행정처 문건이 작성되기 6개월 전 나왔다. 이미 끝난 재판을 갖고 무슨 거래를 하나. 게다가 대법원 판결은 처벌이 더 무거운 내란 음모는 무죄로 보고 내란 선동을 유죄로 본 2심의 판단과 형량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1심은 내란 음모를 유죄로 보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거래가 있었다면 이렇게 했겠나. 그런데도 통진당 세력은 대법원이 청와대 눈치를 보며 재판했다는 억지를 쓰고 있다. 재심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거나 결론을 뒤집을만한 새 증거가 나왔을 때 하는 것이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진행된 법원 재판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정당 해산 심판 과정에서 거듭 확인된 사실은 통진당과 이씨가 대한민국 자유민주 체제를 전복하려고 국가 기간 시설 파괴(내란)를 선동했으며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통진당과 이씨 사건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다. 검찰의 적법한 수사와 정당 해산 청구, 변론권 보장 등 민주적 절차를 밟아 민주주의의 적을 단죄하고 법치를 수호한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출범 이후 통진당 세력과 일부 좌파 세력이 이씨를 양심수로 떠받들거나 "법치 파괴" "정치 공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줄기차게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석기 석방' 시위에 참석한 민노총 위원장은 이씨를 가리켜 "독립투사"라고 했고, 이씨에게 인권상을 준 단체도 있었다.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판결 불복이 계속되고 사법부가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대법원장은 거듭된 법원 자체 조사에서 '재판 거래를 인정할만한 어떠한 자료나 정황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검찰 수사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사건 당사자들이 대법원 점거 시위를 벌이고 대법원장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대한민국 전복 기도 세력까지 판결 불복을 선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대선에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물론 문재인정부의 도덕성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김 지사는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아 댓글 조작 시연을 지켜본 뒤 지속적으로 드루킹 일당의 여론 조작을 승인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민심으로 불리는 여론은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정상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여론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지고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론을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한 것은 민주주의 근간과 토대를 흔든 중대 범죄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2016년 말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가 지적한 대로 이런 행위는 단순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대한 업무방해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치적 의사 결정을 왜곡해 온라인상의 건전한 여론형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공정한 선거 과정을 저해했다. 이는 지난 대선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설령 여권이 주장하는 대로 댓글조작으로 대선 결과가 달라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문재인정부 출범의 정당성과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됐다.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자 현 정권 최대 실세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지사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드루킹 일당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가 밝힌 대목은 또 다른 충격을 준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 정치 브로커와 불법적인 거래를 하면서 공직을 여론 조작의 대가로 제안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드루킹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건네는가 하면 인사청탁 등을 대가로 김 지사의 전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뇌물로 줬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던 노 전 의원이 드루킹의 덫에 걸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김 지사는 당선이 무효돼 지사직을 잃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김 지사는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경기도 성남시가 독서문화 진흥을 내세워 현금성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만 19세 주민이 책을 일정 권수 이상 빌리면 2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전임 이재명 시장 때부터 ‘복지 포퓰리즘’ 비판을 받아 온 상황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정책이 또 하나 출현한 셈이다. 

성남시의회는 은수미 시장이 낸 ‘성남시 도서관 운영 및 독서문화 진흥조례’개정안을 그제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의결했다. 이에 따라 ‘첫 출발 책드림’ 사업이 시행에 들어간다. 성남시에 주민등록을 둔 만 19세 청년이 해당 연도에 성남 지역 공립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도서를 대출하면 2만원의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해당 사업비 2억2500만원은 3월 추경 예산에서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생애주기별 독서문화를 증진하겠다”는 목표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스마트폰 생활화로 독서 인구가 줄면서 책 읽기와 읽는 문화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는 지원 대상과 방법이다. 왜 ‘만 19세’인가. 성남 지역에서 도서 대출이 가장 저조한 연령대는 14~16세라고 한다. 야당 주장처럼 선거권과 연결짓지 않는다고 해도 대상의 적절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또 무인 대출 시스템 등으로 본인 대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마당에 현금성 지원금을 주는 것이 온당한가. 다양한 도서 확보와 독서문화 프로그램 개발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에 수긍이 간다. 책을 읽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모든 만 19세 청년을 대상으로 문화·도서상품권을 지급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사업비가 적다고 해도 정책 방향이 한번 잘못 잡히면 후속 사업들까지 모두 그르치게 된다. 그간 성남시는 연간 100만원씩의 청년배당, 아동수당 인센티브 지급 등 현금성 지원 사업에 치중해 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내실 있는 복지·문화 정책을 고민하는 게 옳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 인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항서 감독도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트렸다"면서 "우리 50·60대 조기 퇴직했다고 해서 자꾸 산에만 가시는데 (베트남 등) 이런 데 가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 한국은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한다. 한국은 왜 아세안에, 뉴욕에, 런던에 안 가느냐. 식당들이 국내에서만 경쟁하려 하느냐"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가 급부상하는 신흥 시장이고 한국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취지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50·60대 중 이 시장에 가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아무런 경험과 언어 능력, 지식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최고위 정책 책임자가 함부로 할 말인가. 말이 너무 가볍고 사람들을 무시한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도 외국에서 사업을 벌였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어떤 자신감에서 퇴직자들에게 동남아로 가라고 쉽게 말하나. 50·60대가 오죽했으면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퇴직금까지 쏟아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차리겠나. 이들 중에 인터넷에 댓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청와대 고위 인사가 이렇게 한국 중년층을 비하하는 말을 하나. 김 보좌관은 인터넷에 정권 칭찬 댓글이 많으면 '좋은 의견 많이 표명해 달라'고 하지 않았겠나.

지난해 12월 실업자가 10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23% 가까이 치솟았다. 정부가 막대한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강의실 불 끄기 등 단기 알바를 대거 급조했는데도 이런 최악의 지표가 나왔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이 저임금 근로자의 대량 실직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찾기보다는 일자리를 잃은 개인 탓을 하고 기업 탓을 한다. 김 보좌관은 작년 11월 "(기업 등이) 위기론을 말하면서 '기·승·전·기업 기(氣) 살리기'를 요구하는데 개탄스럽다. 개혁의 싹을 미리 잘라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 기 살리기를 반(反)개혁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사람을 신임하니 아무리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부터가 믿지 않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중·참의원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시정연설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레이더-초계기 저공비행 갈등' 등 여러 이슈가 갈등 현안으로 부상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한반도 질서의 재편 흐름에 올라타 북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지는 평가할 일이지만, 진정으로 미래지향적 동북아 평화 질서 구축이라는 담대한 틀에서 북일 관계와 한일관계를 사고하는지는 회의적이다.

지난해 시정연설과 비교할 때 올해 남·북한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대조적이다.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토록 해야 한다"며 강경 기조를 유지했던 것과 천양지차이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내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협상 국면으로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홀로 거부하다가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대북 정책 변화를 불가피하게 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연설도 '의도적 홀대'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무시' 전략으로 임했다. '종군 위안부' 문제로 갈등하던 지난해 연설에서는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과는 양국 간 국제 약속,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하겠다"고 원론적 언급이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한일 군사충돌 우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침묵'은 계산된 것이다. 화해 무드로 대응하자니 일본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비판 기조로 언급하자니 외교적 부담을 자초할 것 같아 의도적인 '한국 외면'을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에 대한 과거 회귀적, 우익적 사고의 틀을 바꾸지 않는 한 북일 관계 정상화라는 목표에 다다르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제 식민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북일 수교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또 북일 수교는 한반도의 분단체제 종식과 더불어 동북아 평화 공동체 질서를 향한 관문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2차 대전 전후 유럽연합(EU)에 이르는 공동체 질서가 구축된 데는 가해자인 독일의 그치지 않은 과거사 반성과 행동이 밑바탕이 됐다. 일본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과 군사 대국화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한일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북일 수교의 길도 험로일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일 수교를 거론하면서 "동북아를 정말로 안정된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의 발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새 시대의 근린외교를 힘차게 펼치겠다"고 말했지만,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서 평화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떤 건설적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진정 새로운 발상에 입각한 새 시대 근린외교를 추구한다면,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들의 과거사 고통을 직시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겸허한 자세와 노력이 먼저다. 같은 고통을 공유하고 있는 '서울'을 외면해서는 '평양'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대부분 별다른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 전환 시 ‘경쟁 채용’으로 이뤄진 경우는 전체 전환자 17만4868명 중 15.7%에 불과했다. 노동계가 “경쟁 채용을 철회하고 모두 ‘전환 채용’하라”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기존 비정규직이 서류 심사와 간단한 면접만 치르고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방식인 ‘전환 채용’은 지난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논란에서 보듯 청탁 등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더구나 전환 채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그 시점에 운 좋게 남아 있던 비정규직이 이득을 보는 ‘복불복’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자리를 구하러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다 지쳐 버린 청년들이 “이게 공정이냐”고 분노할 만하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투명한 절차라도 거쳐야지, 지금처럼 기득권 노조가 좌지우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전환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경쟁 채용 방식을 선택하도록 지시했다”는 고용부의 가이드라인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정부가 기득권 노조 눈치를 살피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문재인 정부 1호 정규직 전환 사업장’인 인천공항공사가 2017년 5월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 입사한 비정규직 2000여 명에 대해서만 경쟁 채용하기로 한 방침조차 철회하라고 천막농성까지 벌이는 지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기회가 평등하지도, 과정이 공정하지도,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다. 국민이 납득할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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