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류를 요청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민노총은 그 자리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완책으로 추진되는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등 7가지 요구사항을 들이밀었다고 한다.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반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전교조 합법화, 공무원 노조 해직자 복직이며 광주형 일자리 철회, 심지어 제주영리병원 허가 취소까지 요구 조건에 포함됐다. 민노총 위원장은 "이를 바로잡지 않고 (경사노위에) 들어오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라는 틀이 마련돼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냉랭한 반응만 돌아왔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큰 부작용을 낳자 정부가 최소한의 보완책을 만들겠다는데도 민노총은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생각해 보겠다고 거래를 하자고 한다. 친노동으로 기울어진 이 정부는 그동안 대부분 정책을 민노총 뜻대로 해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용 유연성 확대를 위한 '양대 지침'을 폐기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쏟아냈지만 민노총 요구는 끝을 모른다.

민노총이 요구하는 7가지를 다 들어주면 내년 최저임금도 두 자릿수로 인상될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는 탄력근로제 확대라는 보완책 없이 강행해야 한다. 해고돼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고, 광주형 일자리 실험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경기 하강이 시작됐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예상하는 2%대 중반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 경영이 악화되면 근로자에게도 불이익이다. 기업이 잘돼야 노조도 혜택을 받는 것이지, 노조가 기업을 만들고 경제를 굴리는 것이 아니다. 이걸 거꾸로 아는 것이 민노총이다. 회사 임원을 집단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들고 경찰이 보는 앞에서 공무원을 때리는 지경까지 갔다.

연봉 1억원 가까운 조합원이 수두룩한 노동단체가 저소득층 일자리를 없애고 영세 자영업자 목을 조르는 일을 하고 있다. 경제를 살릴 최소한의 노동 개혁까지 가로막고, 기댈 노조조차 없는 90%의 근로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고용 참사 속에서도 민노총 조합원은 이 정부 들어 10만명 넘게 늘었다. 지금 한국에서 호황을 누리는 것은 민노총뿐이다. 여론 비판에도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며 총파업을 강행하는 그들의 오만은 민노총에 한없이 너그러운 이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 재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1999년 김대중정부 때 시작됐다. 올해로 제도 도입 20년이 됐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6개월간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국가 재정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제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재정투자평가실이 맡고 있다. 그동안 실무 경험이 축적되고 이론도 정교해지면서 해외에서 KDI로 연수와 견학을 보낼 정도로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별로 1건 정도의 공공 인프라 사업은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예타 면제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17일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목한 데 이어 24일에는 대전을 방문해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 등에 대한 “예타 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예비타당성 자체를 합목적적으로 고치려고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예타 원칙 허물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예타 면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예타 면제 사업은 이미 33건, 총 6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29일 예타 면제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 균형발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조 단위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난 지방선거를 석권한 여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업적 쌓아주기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비 1조원, 운영비 6000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안긴 전남 영암의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사업도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예타 면제로 추진됐었다. 특히 이명박정부가 예타 면제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을 강력히 비난해 온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들이다. 전 정부에서 하면 예산 낭비요, 자신들이 하면 예타 면제해야 할 필수사업인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의 극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오락가락 행정이 논란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방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시 방안대로라면 정부종합청사 부지 일부가 공원과 도로로 전환돼 청사의 공적 기능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토교통부도 광장 재조성사업에 반영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과 관련해 ‘서울시의 전액 비용 부담’이 전제되기 전에는 어떤 검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부처가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에 분명하게 제동을 건 셈입니다. 광화문 구상 초기 단계부터 관련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확정안을 발표하면 될 것인데 서둘러 공개한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납득되지 않는 행보는 이뿐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같은 날 세운상가 일원 재개발인 세운재정비사업을 사실상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지구 내 몇몇 오래된 유명 가게와 공구거리를 철거하지 않고 원형 보존한다는 명문을 내세웠지만 여론에 끌려다니는 눈치 보기 행정의 표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업은 이미 2017년 4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습니다. 오래된 맛집 등의 보존가치가 있다면 진작에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했는데도 여태껏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업 개시 후 14년 동안 묵묵히 기다려온 다수의 가게 주인과 토지 소유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식의 즉흥행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 행태는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는 설익은 구상을 내놓았다가 보류한 바 있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대중교통 무료화도 150억원의 혈세만 축내고 시행 사흘 만에 철회했습니다. 언제까지 수도 서울의 널뛰기 행정을 봐야 하는지 답답해하는 서울시민과 국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을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가 1주일여 만에 다시 돌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3일 공정경제추진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틀린 것은 바로잡고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고강도 규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대·중견기업 기업인들을 초청해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 “기업들이 신바람 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기업인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그런 말을 믿고 여러 건의를 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문 대통령 진의는 선명해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차관 4명도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전문성 없는 여당 의원 출신입니다. 외국 사례와 달리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구조입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만 293개에 이르고, 여기엔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국내 주력기업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사기업 경영에 개입할 의지를 피력한 것은 연금사회주의로 빗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이날 앞서 열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는 대한항공 경영 참여에 대해 위원 다수가 반대했지만, 문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결론을 뒤엎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국민연금의 ‘코드 투자’ 위험성을 말해줍니다.

문 대통령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국회 의결도 주문했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이사회가 투기자본에 장악될 수 있고,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투자보다 지분 정리 등에 몰두할 수밖에 없습니다. 15일 간담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속도 조절을 요청했는데, 그 답변인 셈입니다. 규제 혁파는커녕 대주주 발을 묶고, 경영권을 흔들 신 규제를 덧붙이는 상황입니다. 한국경제와 기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하겠다면서 어제 설계도를 공개했습니다. 공모를 거친 설계대로라면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광장 바깥으로 옮겨져 거침없이 트인 공간이 됩니다. 대신 촛불 시위를 형상화한 바닥 장식을 새긴다는 계획이 포함됐습니다. 여론은 엇갈립니다. 취지를 공감하기도 하지만, 멀쩡해 보이는 광장을 왜 지금 굳이 대수술을 하려고 하는지 의아해하는 시민이 적지 않습니다.

현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때 700억원을 들여 2009년 8월 완공했습니다. 10년 만에 박원순 시장이 1040억원을 들여 재단장하려는 것입니다. 광장은 지상은 최대한 비우고 땅밑은 주변을 긴밀하게 연결해 지하도시로 꾸민다고 합니다. 탁 트인 시야로 북악산을 바라보고 녹지도 늘어나면 서울시민에게는 미관과 편의가 충족되는 측면도 있지만, 교통 문제 등은 남습니.

광화문은 서울의 심장이자 대한민국 ‘광장문화’의 상징입니다.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장을 자택 안마당처럼 일방적으로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박 시장의 3선 공약 사항으로 지난해부터 문화재청 등과 논의하고 공론화 등을 거쳤다고 하지만, 광화문 광장 재조성이 금시초문인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공모 당선 업체와 다음달 설계 계약을 맺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하겠다고 하는데, 기본설계를 거쳐 실질설계 과정까지 시간이 있으니 의견수렴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과 서영교 의원의 의혹도 의혹이지만 민주당의 태도에 문제가 많습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하는 초선 의원의 기자회견에 홍영표 원내대표가 나와 들러리를 섰습니다. “청와대와 가까운 인사(손 의원)에 붙어 아부하고 있다”(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거나 “원내대표가 호위무사처럼 나선 그 한 장면으로도 이 나라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는 야당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로만 비쳐지지 않습니다. 야당의 주장대로 정말 손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친한 친구 사이여서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민주당은 손 의원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조사나 조치를 취하는 대신 자진탈당 형식을 택했습니다. 탈당을 거듭 만류했으나 손 의원의 의지가 강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호를 하는가 하면 당을 위해 손 의원이 큰 희생과 결단이라도 한 것처럼 추켜세웠습니다. 설령 손 의원이 목포의 구도심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고 백 번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부동산을 무더기로 사들여 재산 가치가 몇 배나 뛰었다면 이는 사안이 전혀 다른 것입니다. 공과 사가 뒤섞인 것이고 국회의원의 권한과 지위를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이익에 동시에 사용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낙후된 동네를 개발한다며 부동산을 사놓고 지자체 예산을 지원하면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고 칭찬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민주당은 재판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서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을 자진 사퇴한 선에서 매듭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위법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앞장서 비판하고 있는 재판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물론 서 의원은 판사에게 개인적인 청탁을 했고, 양 전 대법원장은 권한을 이용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긴 합니다. 그렇더라도 서 의원은 당시 국회 법사위원으로서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 여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에 필부필녀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재판청탁을 결코 관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같은 당이라는 이유로 이런 의혹들을 감싸거나 비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제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등 2기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잇따른 경제행보 속에 마련한 간담회인 만큼 큰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김 실장은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고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지만 시장이 불안하면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시가가 건강보험료 등과 연동돼있다 보니 급격한 공시가 인상으로 서민 생활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공시가 현실화에 따라 (건강)보험료나 기초연금 등 다른 영역의 영향(인상)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구체적 해법이 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 실장 언급대로 고공행진하던 부동산 상승세가 최근 꺾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공급확대 등으로 자연스레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많아졌다기보다는 정부의 돈줄 틀어막기 탓에 일시적으로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같은 급격한 실거래 위축은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꺾인 집값에 환호하기보다 오히려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안정세로 포장하는 건 무리라는 얘기입니다. 

부동산과 관련한 안이한 인식도 문제지만 일방통행식 행보는 더 우려스럽습니다. 김 실장은 “민심의 엄중함을 안다. 현장에서 더 소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방향에는 전혀 전환이 없다”며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일축했습니다. 

전임 장하성 실장 시절에 늘 봐왔던 장면입니다. 장 전 실장은 급격한 소득주도성장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진 와중에도 지난해 내내 “연말이면 성과가 날 것”이라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일자리를 비롯해 각종 경제지표가 고꾸라지는 걸 확인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17일 손혜원 의원의 가족·측근이 전남 목포 '문화재 거리' 일대에 건물을 대량 사들인 데 대해 투기 목적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목포 근대 문화재 보존과 구도심 재생을 위해 건물을 매입했을 뿐이라는 손 의원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민주당의 이날 결정은 손 의원 가족·측근이 매입한 건물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등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을 때 9채였는데 추가 취재로 현재 확인된 숫자만 15채입니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손 의원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밝힌 총 매입 규모는 이와 차이가 있어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손 의원 남편이 대표로 있는 재단이 9채, 조카 2명과 전 보좌관의 배우자·딸 등의 명의로 된 6채 등입니다. 손 의원이 7000여만원을 보태줘 건물을 샀다는 20대 초반 조카는 매입 당시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손 의원 동생도 "목포에 가본 일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차명 거래 의혹이 나옵니다. 손 의원 남편도 "나는 목포에 가본 적 없고 모두 아내가 직접 보고 구매했다"고 했습니다. 명의는 여럿이지만 매입 과정은 손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이득을 보려 한 것이 아니라는 손 의원 해명도 의문입니다. 손 의원은 "해당 지역이 문화재로 등록될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건물 매입 대부분이 문화재청의 문화재 등록 직전 1년 반 사이에 집중됐습니다. '지정 문화재'와 달리 '등록 문화재' 지역 건물은 매매에 제약이 없고 카페 같은 상업적 이용도 가능해 건물값이 뛰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문화재 등록 이후 이 지역 건물 호가는 2배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손 의원이 정말 목포 구도심 살리기를 고민했다면 정부 정책이나 공공 캠페인을 통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는 국회에서 목포 구도심을 살리자는 의정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가족에게 돈까지 대주며 해당 지역 건물들을 대량 구매했습니다. 그러니 목포 구도심에 '손혜원 타운'을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손 의원 해명을 수용했습니다. 야당은 손 의원 의혹을 '초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하고 청와대는 '초현실적 상상력'이라고 반박하며 맞서는 가운데 여당이 조기 진화를 서두르는 모양새가 국민의 의구심만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민원 의혹과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두 의원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5년 국회에 파견 나온 판사를 만나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인의 아들에 대한 선처를 요구했습니다. 서 의원의 요구 내용을 보고 받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해당 법원에 연락했고, 재판결과 징역형이 아닌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는데, 미수에 그쳤다 해도 벌금 500만원은 가벼운 형량이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입니다.

서 의원뿐만 아니라 전병헌 노철래 이군현 전 의원도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보좌관의 조기 석방이나 본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 내용이고 대부분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서 의원은 공정한 재판을 요구했을 뿐 청탁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사적인 관계의 성범죄 피의자에 대해 사법부에 부탁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뿐입니다. 서 의원은 2017년 가족들을 보좌진이나 회계책임자로 임명한 것이 드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복당했습니다. 국회의원 특권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손 의원의 경우 가족과 친척, 보좌관 등이 나서 별다른 연고도 없는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건물을 무더기로 사들였습니다. 2017년 3월부터 매입을 시작해 문화재청이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한 지난해 8월까지 8채를 샀습니다.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 직후인 지난해 9월에도 1채를 더 사 모두 9채를 이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적게는 2배, 많게는 3~4배 폭등했다고 합니다.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이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의심을 사는 것은 당연합니다. 손 의원은 목포의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것일 뿐 투기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23세 조카에게 1억원을 주며 사도록 한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든 뒤 손 의원이 직접 홍보 동영상에 출연하고, 문화재청장을 만나 목포 근대문화유산 보존 대책을 촉구한 것 등은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지금은 검토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풀 방법이 있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마당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대북 제재망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강 장관이 닷새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남북관계에 조급증이 심한 청와대를 의식해 개성공단 빗장을 슬쩍 건드려봤다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고 말을 거둬들인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북한에 연간 1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안겨주는 최고의 ‘캐시 카우’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서기 전에 열어줘선 안 되는 우리 대북 제재망의 핵심 보루입니다. 

강 장관의 말 바꾸기가 불안한 것은 사면초가 위기에 빠진 우리 외교의 현주소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한·미 관계는 주한미군 6000명 감축 가능성이 거리낌없이 거론될 만큼 금이 가 있는 기류입니다. 중국은 Y-9 정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넘나들 만큼 우리를 무시하고, 일본도 방위백서에서 한국을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 표현해 온 대목을 빼버리며 감정싸움 일변도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인해 온 남북관계도 내실은 보잘것없습니다. 북한 비핵화는 1년 사이 거의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교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는 강 장관과 외교부에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 장관의 대응을 보면 위기를 직시하는 절박감은 찾아보기 어렵고, 청와대의 대북 조급증에 장단만 맞춰 주는 아마추어리즘만 눈에 들어오니 안타깝습니다. 강 장관은 이제라도 외교부 수장의 천근 같은 책무를 자각하고, 청와대에 직언을 아끼지 않는 소신 있는 일 처리로 국민의 불안을 덜어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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