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3조원 일자리 지원 자금이 마구잡이 퍼붓기식으로 집행됐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겠다고 한 것인데, 예상보다 신청이 저조하자 자금 집행 실적을 높이려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 위탁을 받은 근로복지공단이 채용한 일자리 지원 심사원 700여 명 중 일부가 "우리는 나랏돈 퍼주는 영업 사원이었다"고 언론에 폭로했습니다.

세금 퍼주겠다고 하는데도 일자리 안정 자금은 영세 고용주에게 인기가 없었습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근로자가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험금 부담 등으로 사업주도, 근로자도 내켜하지 않아 신청이 저조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까지 집행률이 60%정도에 그쳤는데 연말 최종 집계에선 85%로 급속히 뛰었습니다.

한 달 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심사원들이 폭로했습니다. 퇴사한 근로자, 지원 대상이 아닌 사업주의 직계 존·비속에게도 지급됐을 정도로 엉망으로 집행됐다고 합니다. 소급 지급 대상을 늘리는 등 집행 실적 높이려 온갖 규정을 바꿨다고 합니다. 실제로 시행 지침은 지난해 1~8월에만 12번이나 변경됐습니다. 지원 조건만 맞으면 지원금을 지급했고, 받기 싫으면 사업주가 거부 의사를 서면으로 내도록 했다고 합니다. 세금 뿌리고 싶은데 신청을 안 하니 일단 떠안겼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부는 올해도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올리고 일자리 지원 자금 2조8000억원을 편성했습니다.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질 것 같습니다.

애당초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을 한다고 최저임금 과속 인상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뒷감당은 국민 세금으로 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였습니다. 민간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용한 직원 임금을 왜 세금으로 주는지 이해못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 해결책이라던 자금 집행 실적이 낮으니 높이려고 온갖 무리를 했습니다. 일자리 지원 심사원들은 하루 50~100통씩 신청 독려 전화를 돌렸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한 심사원은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고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런데도 근로복지공단은 "잘못된 일이 없다"고 해명합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SBS는 15일 손 의원 가족과 측근들이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반 동안에 전남 목포시 ‘문화재 거리’의 건물 9채를 매입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그 시점 등에 비춰 투기일 개연성을 제기했습니다. 손 의원의 남편·조카, 그의 보좌관 배우자·딸 등이 문화재청의 지난해 8월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에 앞서 8채, 그 직후 1채를 사들인 건물 모두 해당 구역 내에 있다는 것은 손 의원이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상임위 소속이라는 사실과 무관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손 의원은 16일 “투기는커녕 사재를 털어 친인척이라도 끌어들여서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려고 했다”며 ‘허위 기사’라고 반박했으나, 정황상 일단 정상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 여론입니다. 자금이 부족한 23세 조카에게 1억 원을 주며 사도록 한 배경도 석연찮습니다. 그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었는데 손 의원이 직접 홍보 동영상에 출연한 것도 자연스럽게 비치진 않습니다. 문화재청장을 만나 “목포 등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한 것도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손 의원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어왔습니다.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 감독에게 “우승이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게 “사기꾼” 이라고 했습니다. 손 의원 가족과 측근들이 매입한 건물들은 현재 3∼4배 값이 올랐다고 합니다.이번 의혹의 진상은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입니다. 







어제 국방부가 발표한 ‘2018 국방백서’에서는 ‘북한군=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새 백서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했습니다. 2년 전 발간한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라고 해 대비태세 방향이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백서는 우리 군의 주적관을 애매모호하게 흐려놓았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은 당면한 과제지만, 현존하는 북한의 대규모 군사력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는 엄연한 핵심 위협입니다. 

백서는 북한 핵 위협에 대해서도 얼버무렸습니다. 그제 주일미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15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0년엔 1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번 백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과 고농축우라늄 상당량을 보유하고,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이라고만 했습니다. 북한 핵능력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표현입니다. 이런 자세의 국방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결연히 대비할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없애는 수준의 ‘반쪽 비핵화’가 합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남겨둔 핵무기로 우리를 상시 위협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 주일미군을 후방지원해 한국을 도와줘야 할 일본에 대한 인식도 문제입니다. 백서는 ‘일본-중국’의 기존 서술 순서를 뒤바꿨습니다. 지난 백서엔 일본과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번엔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으로만 규정했습니다. 아무리 양국 사이에 역사 마찰이 있어도 안보 차원에선 일본이 우방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군은 ‘정치적 이해’보다는 적과 동맹에 대한 단호한 인식은 물론 확고한 유사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일본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레이더 갈등' 관련 장성급 협의에서 우리 군함의 전체 레이더 정보를 요구했다고 국방부가 15일 밝혔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이번 사안의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레이더의 주파수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은 일부 데이터만을 얘기를 하면서 우리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에 대한 요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했다"며 "우리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대단히 무례한 요구이고, 사안 해결의 의지가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차후 실무협의 또는 화상협의 개최 여부에 대해 "그 협의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를 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정확한 주파수 레이더 등 정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주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본 측은 (자신들의 데이터) 일부를 공개할 테니 그것과 관련한 (한국 군함의 레이더정보) 전체를 달라고 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수용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최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실을 방문해 싱가포르 협의에서 우리 측은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며 "일본이 저공위협 비행을 하게 되면 우리도 좌시하지 않겠다. 우리도 저공 위협비행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유한국당에 공식 입당한 황교안 전 총리는 15일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전당 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한국당이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태겠다"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황 전 총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일자리를 얻으려고 하는 구직자, 청년들까지 누구 하나 살만하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라며 "평화가 왔다는데 오히려 안보를 걱정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이 정부가 소통을 앞세우고 있는데 정책 불통이 심각하다. 여러 가지 갈등들, 사회적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라며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성급한 정책들이 경제도 안보도 사회도 모두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라며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를 바라보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황 전 총리는 "이제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시원한 답을 드려야 한다"라며 "통합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당에 대해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당이 점차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라며 "무엇보다도 당이 더 이상 분열하지 않도록 힘써왔고 새로운 방식으로 젊은 인재를 영입하는 노력으로 젊은이들이 한국당을 찾고 또 지지하는, 젊은 정당,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주일 미군사령부가 북한을 핵 보유 선언국으로 규정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5개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제작한 동영상에서 입니다. 

14일 파악된 동영상에 따르면 USFJ는 북한을 중국·러시아와 함께 동아시아의 ‘3개 핵 보유 선언 국가’로 분류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건 아니지만, 미군 당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언급 직후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탄두 운반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력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려는 취지일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군 관계자는 “군은 적군의 위협을 최대치로 상정하고 대비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미군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했다기보다 그 정도의 위협이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도 수년 전 소식지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핵보유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정의한 적이 있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국무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군이 이런 입장을 보임에 따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핵 폐기 문제가 새해 시작과 함께 더욱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다음 달 중순 베트남에서 열릴 것이란 구체적 전망이 나오지만,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이 본질을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한국 안보’를 희생양으로 삼을 위험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1일 미·북 협상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계속 줄여나가는지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논의 중”이라면서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 라고 말한 것은 결코 대충 넘길 얘기가 아닙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뒤집으면, 향후 협상에서 북핵 폐기보다 미국에 위협을 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과 만나 “전쟁을 하더라도 저쪽에서 하고, 수천 명이 죽더라도 저쪽에서 죽는다”고 말했는데,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한국을 동맹으로서 보호하는 것은 후순위임은 물론 유사시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도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일본과의 안보 동맹에 치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라는 목표에서 단 하나의 변화도 없다”고 말했지만, 이미 CVID는 먼 미래의 목표로 밀려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 셧다운에 대한 여론 반발 때문에 궁지에 몰려 있고, 야당이 다수가 된 하원에서는 행정부 견제와 탄핵 움직임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과의 2차 회담에서 ICBM 폐기 조건으로 주한미군 감축 등을 카드로 쓸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회견 때 북한의 구체적 조치로 ICBM 폐기를 우선적으로 꼽았습니다. 북한의 ‘핵 인질’을 자초하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2020년 북한의 핵탄두는 100개로 늘어난다는데, 문 정부는 북핵 묵인이라는 최악 사태를 부추기는 셈이어서 우려스럽습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결재한 국방부 장성 인사 명단이 장교들의 카카오톡 채팅방에 돌아다녔습니다. 청와대에 파견된 군 출신 행정관들이 명단을 돌려보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비대 소속 대위가 사진을 찍어 유출했습니다. 시중의 지라시나 농담거리가 올라오곤 하는 이른바 단톡방에 대통령 서명이 담긴 청와대 공식 문서가 버젓이 게시됐습니다. 군은 기밀 유지가 생명인 조직입니다. 청와대는 사소한 정보도 절대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국정의 중추기관입니다. 그런 군에서 그런 청와대로 파견됐다면 보안에 관해선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텐데, 이들은 사기업 직원도 함부로 하지 않을 짓을 보란 듯이 했습니다. 청와대와 군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지경임을 말해줍니다. 청와대는 이를 가볍게 여긴 것 같습니다. 인사 문서를 임의로 공유한 장교 3명을 원대복귀시키고 사진 유출자를 징계토록 국방부에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이런 사실은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될 만한 일로 판단했다면 청와대의 인식은 대단히 잘못됐습니다. 이 사건은 국정운영과 밀접하게 관련된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있는 이들은 그동안 무척 즐긴 듯합니다. 최근 몇 달을 제외하면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높은 지지율이 청와대를 더 높은 자리로 여겨지게 했을 테고, 실제 권력도 ‘청와대 정부’라 불릴 만큼 집중돼 있었습니다. 잇따라 터져 나온 민정수석실 김태우 수사관 사건이나 육군참모총장을 카페에서 만난 행정관 사건은 모두 그런 ‘힘’이 배경에서 작용한 일탈 행위였습니다. 대통령 결재 문서를 끼리끼리 공유하고 단톡방에 유출한 행태 역시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음을 과시하거나 이용하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완벽할 수 없고 어느 조직이나 결함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단발성이어야 합니다. 기강해이를 지적하게 되는 사건이 이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면 자정 기능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경제가 위기라는데 청와대는 아직도 파티 중인가?’ 국방부가 청와대의 통보를 받고 사진 유출자에게 내린 징계는 ‘보직 변경’이라고 합니다. 징계 축에도 들지 못하는 이 처분은 청와대와 정부가 삐거덕거리는 국정에 대해 아직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교체됐고 일부 수석이 바뀌었습니다. 새 진용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청와대 내부에 위기감을 퍼뜨리는 것입니다.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국정 동력을 유지하려면 청와대는 좀 더 절박해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 기업과 가계에 필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국민들은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통계 수치뿐 아니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낍니다. 수년간, 길게는 수십년간 성업하던 식당 문 앞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폐업 인사말이 붙는 일이 점점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취업 연령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까지 품귀 현상이라는 뉴스에 밤잠을 설칩니다. 인건비 부담과 매출 부진으로 영업이나 조업을 단축하는 가게와 기업이 늘면서 거리가 캄캄해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 없고 대기업도 “올 한 해를 어떻게 넘기나” 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대중국 수출 실적이 전조 같아 불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회견은 국민들과 기업의 이러한 불안을 잠재우고 희망을 줬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회견문의 키워드는 ‘경제’와 ‘성장’ ‘혁신’이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다.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회견문 요지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기조는 옳다. 그래서 그대로 간다. 하지만 효과가 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혁신성장에 힘을 더 쏟도록 한다’ 정도입니다.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도 ‘구조조정’ 없이 새로운 정책을 땜질하듯 추가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가계나 기업이 느끼는 경제 인식과는 큰 괴리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날 것이라고 믿는 듯합니다. 혁신성장을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알맹이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혁신성장 관련 발언은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 보급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에 1조5000억원 예산 투입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8대 선도사업에 3조6000억원 예산 투입이 전부입니다. 첨단기술과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이 혁신성장의 전부는 아닐것입니다. 규제 혁파나 기업 인센티브를 자극할 구조개혁, 혁신이 일어날 환경이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선의의 목적을 가진 정책만 백화점 식으로 도입하기만 한다고 정책 효과가 나는 게 아닙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인력 운영의 유연성은 급락시켜 혁신성장이 탄력을 받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정책 간 상충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고 좋은 단어의 레토릭 대신 구체적인 방법과 정책 전환 의지가 담겨야 국민의 희망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계 살림은 쪼들리고, 기업 경영 환경은 악화하는데 세수만 초호황입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세 수입은 279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세수 목표 268조1000억 원보다 이미 11조8000억 원을 더 걷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1%, 28조 원 급증한 것으로, 12월분까지 합치면 연간 25조 원 넘는 초과 세수가 예상됩니다. 2017년 초과 세수 14조3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11월까지 법인세는 1년 전보다 11조4000억 원, 소득세는 9조2000억 원 더 징수했습니다. 법인세는 최고세율 인상과 반도체 활황에, 소득세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의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도 적잖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기업 호주머니를 털어 정부 곳간을 넘치도록 채운 셈입니다.

세금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걷으면 민간 영역은 위축됩니다. 기업은 법인세 납부 이후의 순이익이 많아야 시설과 R&D에 더 투자하고, 신규 고용도 늘립니다. 초과 세수는 곧 그런 순기능의 축소를 의미하는데, 정부는 시장에 비해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내걸고 정부 역할을 확대해왔습니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라도 되는 양 세금 일자리 만들기에, 또 정책 실패를 메우는 땜질 대책에 혈세를 펑펑 쓰고 있습니다. 대북 지원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3분기 가계 실질 가처분 소득은 1%가량 오히려 떨어지면서, 소득주도의 기본 틀이 깨졌습니다. 기업 투자도 내리막입니다. 이런 불경기에 더 걷은 세금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닙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폭로로 문 정부의 ‘정무적 적자국채 발행’ 시도가 드러났습니다. 초과 세수는 국가재정법을 들이댈 것도 없이 먼저 국채를 갚는 데 써야 합니다. 지난해 문 정부 경제팀은 초과 세수를 무기로 추가경정예산을 짰고, 유류세도 내렸지만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