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유럽 북부 ‘발틱’ 국가들을 유럽 남부 ‘발칸’ 국가들로 표기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보도자료에서 라트비아를 발칸 국가로 설명했다. 그러자 SNS에선 ‘외교부, 정말 황당하다’며 “라트비아는 발칸 국가가 아니다”는 글이 올라왔고,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 측이 외교부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그 뒤에 외교부는 발칸을 발틱으로 정정했다. 유사한 실수가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했다. 캄보디아 방문 설명 자료에는 대만 사진이 게재됐다.

이런 기강과 역량으로는 제대로 된 외교가 불가능하다. 이전 정부들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로 유능한 외교관들이 줄줄이 밀려나고, 주요 공관에는 낙하산 인사가 즐비하며, 많은 외교관은 청와대 지침만 바라보며 복지부동한다는 걱정이 나고 있다.

 

지난해 세금이 계획보다 더 걷힌 세금은 25조원. 그러나 국가부채는 1년 새 127조원 증가해 총 1700조원에 육박. 작년 말 기준 공무원·군인연금 부채는 무려 940조원으로, 국가부채의 56%에 달함. 나랏빚의 절반 이상이 퇴직 공무원과 군인들 연금을 메워주느라 생긴 것이라고. 남유럽·남미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고 함.

공무원 증원 문제는 청년 공시족을 양산해 거대한 국가적 낭비도 만들고 있는데 41만명의 공시족 중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고...  또 한번 늘린 공무원을 줄이기는 거의 불가능한데 방만 재정과 공공 일자리 포퓰리즘 탓에 국가 부도에 이른 그리스·아르헨티나 등은 뒤늦게 공무원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저항이 거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함.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동시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8개각에서 문 대통령이 장관후보자로 지명한 7명 중 2명이 중도에 하차하는 인사사고가 다시 한번 발생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지 이틀 뒤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장관후보자에 대해 지명을 철회하는 형식으로 결정을 번의(飜意)한 건 이 정부 들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여권의 상황인식이 과거와는 달리 엄중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청와대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안이한 인식을 동시에 노출했다. 어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 지명 철회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지명)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가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을 (청와대에) 밝히지 않아 (민정 라인의)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부실 검증 책임을 조 후보자에게 돌리는 발언이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았던 건 그 문제 뿐이 아니다. 그는 다주택 보유로 인한 투기 의혹, 아들의 인턴 채용 비리,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을 동시다발로 받고 있었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올려 아들이 포르셰와 벤츠를 몰도록 ‘황제 유학’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제대로 소명하지도 못했다. 모두 조국 민정수석실의 사전검증에서 걸러졌어야 할 사안들이다.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조 후보자가 부실학회에 참석하지만 않았더라면 지명철회는 없었을 것이냐고. 

이번 인사사고는 누가 봐도 ‘시스템 참사’다. 만약 조현옥 인사수석-조국 민정수석 라인의 인사 추천과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어제 물러난 두 후보자는 애초에 청문회 자리에 나올 수도 없었다. 제2기 내각의 장관후보자 2명이 국민을 분노케 해 물러나는 마당에 이들을 추천한 사람이나 장관 자리에 가도 괜찮겠다고 ‘오케이 사인’을 준 사람은 멀쩡한 건 기본 상식에도 어긋난다. 

청와대는 두 후보자의 중도하차로 논란을 종결짓고 싶겠지만, 청문회 정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권에선 조·최 후보자 외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태세다. 조·최 후보자 말고도 거의 모든 후보자가 다량의 결격사유 속에 지명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인사 추천 및 검증의 부실이다. 

돌아보면 조현옥-조국 라인은 인사 때마다 빠짐없이 실패를 반복해 왔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안경환 법무·조대엽 고용노동부·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조현옥-조국 라인의 인사 추천 및 검증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소진된 국정의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인사야말로 모든 국정의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인사시스템의 난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귀를 막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고질병이 된 부실 추천·검증 문제를 어떻게 수술할 건지 청와대가 응답해야 한다.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는 조국-조현옥 수석의 거취를 포함해서 말이다. 

부동산에 대한 문재인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을 ‘내로남불’보다 더 정확히 표현해줄 말은 찾지 못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이 속어처럼 남이 하면 투기지만 내가 하면 투자라고 믿는 듯하다.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7월 서울 흑석동 재개발구역의 복합건물을 25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급 아파트로 개발될 건물을 10억원이 넘는 대출을 동원해 샀다. 당시는 재작년 8·2 대책에도 잡히지 않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며 부동산 광풍이 불던 때였다. 정부는 두 달 뒤 내놓을 9·13 대책의 고강도 대출 규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거래가 투기냐 투자냐 하는 사전적 구분은 중요치 않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동분서주할 때 청와대 대변인이 전 재산을 부동산에 털어 넣었다. 그것도 집값 불안의 근원지로 꼽히던 투기과열지구의 재개발 건물을 택했고,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던 막대한 대출을 활용했다. 박근혜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비판하더니 몸소 실천한 꼴이 됐다. 그는 “노후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는데 “남이 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지만 내가 하면 노후 대책”이란 말처럼 들린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에 최정호 후보자를 내정한 것 역시 내로남불 말고는 설명할 말이 없다. 그는 잠실, 분당, 세종에 아파트(세종은 분양권)를 가진 3주택자였다. 모두 집값이 폭등한 지역이다. 시세차익을 다 더하면 23억원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장관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됐는지 내정될 무렵 분당 아파트를 증여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세력이 집값 불안의 원인이며 그 정체는 다주택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양도세를 올린 것도, 보유세를 인상한 것도 다주택자가 집을 팔게 하려는 조치였다. 최 후보자는 이를 무시하고 버틴 사람이다. 정부의 정책보다 부동산 불패란 말을 더 신뢰해야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려고 정책을 펴면서 ‘성공한 다주택자’를 주무장관에 앉히겠다는 청와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내 사람의 다주택은 투기가 아니다”란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 7명 중 다주택자 아닌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집이 네 채나 됐다. 재산을 신고한 청와대 비서관 이상 46명 중 13명, 장관급 18명 중 7명이 다주택자였다.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봐온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사흘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제기됐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꼼수증여, 세금 미납 등 후보자들의 흠결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의는 대부분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의 재탕에 불과했고 후보자들은 청문회 하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과하며 넘어가려 했다. 장관 후보자가 공직 수행에 적합한 자질과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지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한순간만 모면해 보자는 ‘사과청문회’로 변질된 듯하다. 

친북 성향의 발언과 막말로 표적이 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과거 문제 발언에 대해 대부분 말을 바꿨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 “북한에 천안함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물러섰고,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을 ‘통과의례’라고 한 데 대해선 북측 책임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발언 내용을 뒤집으니 발언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만약 장관 임명이 강행된 뒤 청문회에서 한 말을 또 뒤집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 국회의원은 청문회라는 자리를 망각한 듯 자신의 지역 민원을 부탁하는 추태를 보였다. 특히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지하철이나 철도 건설 등 민원사업을 챙겨 달라고 호소했다. 한 의원은 청문회 도중 장관 후보자가 지역구 사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는 기민함을 보였다.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여 낙마를 걱정해야 할 최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잘 챙겨 보겠다”는 덕담을 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니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장에 나온 국회의원들의 호통을 ‘쇼’라고 보지 않았겠나.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사전 검증 단계에서 다 점검했다고 했다. 청문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개의치 않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청와대가 청문회를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고 자격 미달 후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출범부터 기대를 접을 것이다. 

2020년 신학기부터 일본 초등학생들은 독도(일본명 다케시마)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어제 교과서 검정심의회 총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3개 출판사의 초등학교 3~6학년용 사회과 교과서 12종에 대한 검정을 승인했다. 독도가 일본 영토이고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다는 왜곡된 역사를 초등학생에게까지 주입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에 분노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과거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했다가 최근 ‘일본의 고유 영토’라 하는가 하면 새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으며 한국에 반복해 항의하고 있다’는 기술을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넣고 있다. ‘한국=불법’의 이미지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심으려는 일본의 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심지어 6학년용 교과서에는 임진왜란에 대해 ‘국가를 통일한 히데요시가 중국을 정복하려고 조선에 대군을 보낸 것”이라고 침략 전쟁을 왜곡하고 있다. 일본 의도는 명백하다. 한일 역사에서 침략과 식민지배 등의 수치스러운 부분은 감추려는 수정주의 역사관을 교과서에까지 관철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역사관은 2012년 12월부터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에서 더욱 강화돼 왔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외교부 대변인 성명도 발표해 강력히 규탄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대일 대응은 교과서 왜곡 때마다 보여 온 의례적인 항의나 성명 발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은 다각도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해마다 교과서 왜곡 사태가 발생하는데도 우리나라 외교부의 대응은 별반 달라진게 없는 듯해서 더 안타깝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부당한 사퇴 압력을 가한 혐의 등으로 청구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 영장이 26일 기각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행위에 대한 사실상 첫 사법적 판단이었던 만큼 관심을 끌었다. 영장은 기각될 수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유·무죄 판단도 아니다. 그런데 박정길 서울동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내놓은 ‘기각 사유서’를 보면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수두룩하다. 청와대가 ‘전 정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의 범위 판단’ 등을 주문하면서 동원한 논리와 흡사해 ‘코드 사법’의 오해도 키웠다.

첫째, 박 판사는 기각 사유의 하나로 ‘최순실 일파의 국정 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한 사정’을 들었다. 전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도 국정 농단 세력의 일부이거나, 농단 세력에 빌붙어 적절한 감찰이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단이 깔려 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장관이 적극적으로 감찰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불법 여부 판단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탄핵과 무관한 혐의에까지 이런 논리를 확대 적용했다면, 법리와 증거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둘째,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있었기 때문에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을 들었다. 관행이라도 불법으로 기소되면 단죄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도 관행이라고 항변했지만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행이라고 해서 불법이 아닌 것은 아니어서 이런 판단은 영장을 기각하기 위한 핑계에 가깝다. 

셋째, ‘피의자가 퇴직했기 때문에 관련자들과 접촉이 쉽지 않다’며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은 더 황당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은 왜 구속됐는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살아 있는 권력’인 청와대 연루 의혹이어서 퇴직 여부와 무관하게 증거 인멸 및 조작 가능성은 여전하고, 보기에 따라 더 커질 수도 있다. 

북한이 어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북측 인력 일부를 복귀시켰다. 22일 ‘상부의 지시’라며 일방적으로 철수한 지 사흘 만이다. 북측은 철수와 복귀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은 채 “북남 공동선언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 해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마치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듯 제멋대로 남북관계를 농단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형국이다.

북한이 어제 복귀시킨 인원은 4, 5명으로 평소 인원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추가 제재를 단행하자 그 반발로 연락사무소 인력을 철수시켰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가 제재 중단을 지시하자 다시 일부 인력을 복귀시켜 기류를 살펴보겠다는 뻔한 속셈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애꿎은 남측에 분풀이를 하는 북한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젠 남북관계를 한낱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북한은 어제도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틀 내 남북협력’ 입장에 대해 “초보적 자존심마저 결여된 수치스러운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전날엔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제재 압박 책동에 추종하며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자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남측을 향해 대북제재 탓하지 말고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같은 남북 협력사업을 가속화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불법 행위에 국제사회가 내린 징벌인데, 그런 제재를 위반해 북한을 지원하는 공범(共犯)이 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에 한마디도 못 한 채 관계가 악화될까 봐 달랠 방안만 궁리하는 모양새다.

그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북한의 일방 철수에는 “유감스럽다”, 일부 복귀에는 “환영한다”고 밝힌 게 전부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따라 구성과 운영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문을 연 공식 기구다.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지만 정부는 따지지도 못하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 감사 채용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가 반환점을 돌았다. 검찰이 지난 22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장관 출신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제기된 의혹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사건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해 12월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블랙리스트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1, 2월 환경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의 명단, 정치 성향, 비위 의혹 등이 적시된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임원들에 대해 ‘표적 감사’를 시도한 문건도 압수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내정한 박모씨가 환경공단 감사 채용 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안병옥 환경부 차관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차관은 그후 경질됐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극히 부적절한 언급이다.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을 강조한 것은 일단 김 전 장관을 보호하되 여차하면 김 전 장관 선에서 꼬리를 자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적폐이고, 현 정권의 ‘체크리스트’는 적폐 인사를 솎아내려는 조치임을 강변하기 위해 ‘균형 있는 결정’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고 법원에 ‘영장 기각’이란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발언이다. 청와대는 영장실질심사와 재판 과정에 티끌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언행도 자제하고 추이를 지켜봐야 마땅하다.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 파문을 본 김 전 장관이 처벌을 각오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할 이유가 없다. 김 전 장관이 거부할 수 없는 청와대의 개입과 지시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검찰은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윗선의 개입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청와대 경호팀의 대구 칠성시장 ‘기관단총’ 노출 파장이 ‘과잉ㆍ고압 경호’ 논란으로 번지며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민생 현장 점검 차 대구 칠성시장 방문 당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기관단총을 들고 서 있는 장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을 공개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서민들이 찾는 재래시장에 경호요원이 기관단총을 든 모습이 ‘섬뜩하다’며 진위 여부를 청와대가 답변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 그 발단이다. 

대통령 경호요원은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 늘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민생 시찰 현장에서 기관단총을 들고 경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편하고 고압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이를 지켜 본 시민들은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불필요한 총기 노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유감표시 한 마디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

그런데 청와대가 ‘발끈’하며 과민하게 대응하면서 판이 커지는 양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며 과거와 현 정부 경호원이 기관총을 들고 경호하는 사진 6장을 함께 놓았다. 하지만 모두가 외국 정상과의 외부 일정, 국제대회, 인천공항 방문 등 테러 발생에 대비해 공개적으로 기관총을 노출하며 벌이는 이른바 ‘위력 경호’ 장면들이다. 민생현장에서 사복차림으로 기관총에 손가락을 올린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청와대로선 이전 정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경호했고, 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 해온 것인데 문제될 게 없다는 항변인 셈이다. 하지만 사안 자체가 그렇게까지 구구한 해명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그 바람에 문제를 제기한 하 의원은 물론 자유한국당 등 야당까지 가세하며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말았다. 공연한 정치적 분란만 더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주영훈 경호실장에게 “경호를 좀 약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일로 문 대통령은 ‘낮은 경호’, ‘열린 경호’를 표방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칠성시장 기관단총 노출이 ‘통상적인 경호’라면 애초의 약속과 다르다. 오히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경호로 국민과의 위화감은 물론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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